기업이 불법행위로 지급하게 된 손해배상금은 법인세법상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 (부장판사 박양준)는 신한금융지주가 남대문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제지회사 대표 엄모씨는 2009년 신한은행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대표인 이모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씨와 신한은행이 자신의 회사 경영권을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엄씨의 의사를 무사하고 신한은행의 자본력을 이용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강행했다. 해당 경영권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신한은행의 책임을 인정해 "엄씨에게 150여억원과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한은행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A씨에게 200여억원을 지급하고 법인세 신고시 해당 금액을 '손금산입'했다. 손금산입이란 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지만 세법상 세무회계에서는 인정되는 것으로 그만큼 과세표준에서 제외돼 법인세액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국세청은 신한은행의 손금산입을 허가하지 않은 채 법인세를 경정·고지했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이 엄씨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세무 당국이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이에 불복해 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한금융지주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사업 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비정상적인 주식매수 및 의결권 행사 등 불법행위로 인해 지출하게 된 손해배상금은 법인세법이 정한 손금 인정 요건으로서의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