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트위터 계정 'DetoxOur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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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반(反)인종차별 시위에 참가한 한 흑인 남성이 이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에 참가했다가 다친 극우주의자 추정 백인 남성을 구한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흑인 남성에 대해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현지 매체 채널4는 런던에서 열린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는 흑인 남성 패트릭 허친슨씨와 그의 일행들이 시위대 간의 충돌로 다친 백인 남성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런던 웨스트민스터궁 앞 의회광장에서는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인근에선 이에 맞서기 위해 극우파 백인 시위대가 주도한 시위도 열렸다. 극우파 시위대는 "흑인 시위대로부터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모였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경찰은 양측의 공간을 분리했지만 일부 충돌이 발생해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시위대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져 경찰관 6명 등 27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과격 극우주의자로 추정되는 한 백인 남성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이때 반인종차별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무술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한 허친슨씨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들쳐업고 시위대 바깥으로 이동했다.
[사진=트위터 계정 'trevtodd1']
[사진=트위터 계정 'trevtodd1']
허친슨씨는 I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피부색은 보지 않았다"며 "그저 생명이 위험해진 한 인간을 보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허친슨은 플로이드의 사망을 언급하면서 "플로이드가 살해됐을 때 옆에 서 있던 다른 경찰 세 명이 나와 내 친구들처럼 나서서 동료를 말렸더라면 플로이드는 지금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친슨씨는 또 시위에 참가한 이유와 관련해 "모두의 평등을 원한다"며 "지금은 너무나 불평등하다. 나의 아이들과 손자들을 위해 모든 것이 평등해지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허친슨의 친구인 저메인 파시는 "나는 그(다친 백인 남성)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보호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을 찍은 로이터통신의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인간성이 무엇인지 보여준 용기 있는 영웅"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영국 노동당 소속 런던 시의원 클라우디아 웹은 트위터에 "국가적 영웅이다. 인간성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