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 제척 아파트 주민 현금청산자로 받아야"
16일 정비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거여동 거여·마천뉴타운 거여2-1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업에서 제척된 구역 내 아파트 소유자들의 토지등소유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관리처분계획은 재개발·재건축의 사실상 마지막 사업 절차다. 조합원들의 부담금과 재산변동 내역을 이 단계에서 결정한 뒤 이주와 착공으로 이어진다. 거여 2-1구역은 지난해 6월 관리처분계획 변경 인가를 받고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된 건 이례적이다.
발단은 2013년 일대 개발계획의 밑그림인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되면서부터다. 거여2-1구역의 사업시행면적은 당시 9만8142㎡에서 9만8453㎡로 증가했다. 이때 구역 내 도로의 선형이 변경되면서 인근 ‘블레스아파트(27가구)’ 상가 부지를 지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해당 단지가 재개발사업엔 포함되지 않는 존치구역이란 점이다. 조합은 뒤늦게 상가 소유자들에게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았지만 아파트 주민들에겐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아파트 소유자들이 소송을 냈다. 상가는 단지의 부속시설이고 대지 또한 아파트 소유자들이 공유자로 등재돼 있는데 자신들을 토지등소유자로 인정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건 위법하다는 취지다. 강제조합원 제도인 재개발사업은 일단 조합이 설립되면 사업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원으로 분류된다. 사업 참여를 원하지 않을 경우 향후 분양신청 대신 현금청산을 하고 이탈하는 구조다.
블레스아파트 주민들은 해당 땅의 소유권과 대지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으로서의 지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조합이 자신들에게 분양신청 기회를 주지 않아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인정받으려면 대표조합원을 선정하고 신고했어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없었다고 맞섰다. 여러 사람이 소유한 공유지분의 경우 대표자 한 사람만을 조합원으로 보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도정법의 이 같은 조항이 나머지 공유자들을 비조합원으로 취급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봤다. 공유자인 아파트 주민 전원을 1인 조합원으로 보되 이를 대리할 한 사람을 조합에 등록해 절차적 편의를 높이고 권리 분배 등의 범위를 정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공유자의 지위를 갖고 있었지만 조합은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전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며 “이 때문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도 주민들은 아무런 자격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원은 토지 공유자인 블레스아파트 주민 27가구에 대해 다시 분양신청을 받거나 이들을 현금청산자로 분류한 뒤 다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다시 조합원 재산 변동 등의 내역을 정산해야 하는 셈이다.
정비업계는 현실적으로 조합원 재분양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전체 1945가구 가운데 일반분양(745가구)과 임대분(368가구)를 빼면 832가구가 남는데, 보류지 9가구를 포함하더라도 기존 조합원 832명과 블레스아파트 소유자 27명에게 모두 분양할 아파트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류지는 전체 가구수의 1%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데다 일반분양까지 마친 상황이어서 조합원분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금청산으로 보상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수석변호사는 “토지등소유자의 권리가 명백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사안”이라며 “이와 관련한 법원의 처분이 나왔는데도 인·허가 관청에선 아무런 행정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은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선 거여2-1구역 조합장은 “공유물분할소송 결과에 따라 항소심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