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곰의 무릎을 꿇린 미 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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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에 맞서지 마라'는 증시 격언을 다시 한번 마주한 하루였습니다.
지난주 폭락하며 상당폭 조정을 겪을 것처럼 보였던 뉴욕 증시는 조정을 일주일로 끝내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전인 15일(현지시간) 새벽에만 해도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4.4% 증가)과 소매판매(-2.8% 감소) 수치도 예상보다 부진해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다우선물 지수는 1000포인트가 넘게 떨어져 또 한 번의 힘든 하루를 예감하게 했습니다. 오전 8시, 개장을 한 시간 반 앞두고 Fed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을 개선해 중소기업들이 더 쉽게 대출을 쓸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이에 다우는 500포인트 떨어진 채 개장했습니다. 그리고 지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Fed가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겁니다.
오후 2시, Fed에서 또 하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오는 16일부터 '세컨더리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를 통해 개별 회사채도 매입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최대 75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매입 대상에서는 3월22일 이전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포드 등의 채권도 포함됩니다. Fed는 최고 신용등급, 최대 만기일(5년)과 기타 기준을 만족하는 미국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은 이 뉴스에 급반등했습니다. 발표 20분 만에 다우 기준 400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사실 Fed의 발표는 뉴스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지난 3월 말 SMCCF를 만들 때부터 예고해온 내용을 매입을 하루 앞두고 다시 발표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만 사왔는데, 이제는 개별 회사채를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석 달간 'Fed에 맞서지 마라'란 진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무릎을 꿇고 Fed를 추종하기 시작했습니다. Fed가 정크등급 회사까지 구제한다면 코로나19 타격이 아무리 커도 큰 문제가 생기겠습니까?
월가 관계자는 "증시가 무너지면 Fed가 일본은행처럼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도 매입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증시엔 최근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이 주가 폭락으로 재산을 털린다면 미국의 소비는 더 타격을 입고, 전반적 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 있습니다. 미 경제를 지원하고 소비를 되살려야할 Fed로서는 미 증시를 지원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겁니다.
Fed가 보도자료를 내놓던 그 시점,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만약 코로나19 2차 유행이 생긴하면, Fed와 행정부가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Fed은 금융 안정성을 매우 주시하고 있다"고 했고, "(국채금리 안정을 위한) 수익률곡선 제어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쓸 수 있는 충분한 다른 도구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7.62포인트, 0.62% 상승한 채 마감됐습니다. S&P 500 지수는 0.83%, 나스닥은 1.43%나 올랐습니다. 다우가 장중 762.63포인트까지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거의 1000포인트 가까이 반등한 겁니다.
S&P 500 지수의 11개 모든 섹터가 올랐습니다. 광범위한 매수세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의 자산이 미 증시의 가장 확실한 지표란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서 "Fed가 이렇게 뛰어다닌다면 미 증시의 조정은 길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다우 지수의 장중 최저점을 감안하면 미 증시는 지난주부터 10% 가까이 조정을 받았습니다. 그럼 일주일만에 10% 조정으로 이번 조정은 끝난 것일까요?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Fed가 시장은 살릴 수 있지만 실물경제를 살리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물경제의 회복이 느리게 이뤄진다면 증시가 폭락하진 않아도 대폭 오르기는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날 UBS는 미국 필수소비재 회사들을 조사해 발견한 사실들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니다. 이 자료를 보면 실물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① 단계적 수요 회복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영진은 여전히 글로벌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② 중국의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는 낫다
-매장내 방문은 대략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70% 수준에 도달했다.
③ 중국외의 이머징마켓 국가(인도, 남미 등)들은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
④ 판촉(판매경쟁)은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촛점을 기울이는 건 판촉보다는 공급망 유지다.
⑤ 전자상거래 성장은 전반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소비자까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백신이 발견될 때까지 슈퍼마켓 방문은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온라인 식료품 구매는 전체 수요의 5% 수준이지만, 일부에선 향후 5~10년내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⑥ 유명 소비자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한된 환경에선 크고 상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미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포장식품류에서 그런 현상이 강하다.
⑦ 가정에서의 음식료 소비 확대
-포장식품 업계는 수요 확대를 경험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높아진 실업률이 이런 추세에 기여하고 있다. 추세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⑧ 몇몇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은 유지되고 있다
-곳곳에서 병목현상이 있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새로운 장기 공급망에 투자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
⑨ 인수합병(M&A) 활동이 가속화 될 수 있다
-대기업 브랜드가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작은 브랜드들은 더 고전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유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더 큰 기회를 찾고 있다. 이런 현실은 더 많은 M&A로 이어질 수 있다.
UBS는 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날 필수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선호하지 않음'으로 낮췄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지난주 폭락하며 상당폭 조정을 겪을 것처럼 보였던 뉴욕 증시는 조정을 일주일로 끝내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전인 15일(현지시간) 새벽에만 해도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4.4% 증가)과 소매판매(-2.8% 감소) 수치도 예상보다 부진해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다우선물 지수는 1000포인트가 넘게 떨어져 또 한 번의 힘든 하루를 예감하게 했습니다. 오전 8시, 개장을 한 시간 반 앞두고 Fed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메인스트리트 대출프로그램'을 개선해 중소기업들이 더 쉽게 대출을 쓸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이에 다우는 500포인트 떨어진 채 개장했습니다. 그리고 지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Fed가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겁니다.
오후 2시, Fed에서 또 하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오는 16일부터 '세컨더리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를 통해 개별 회사채도 매입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최대 75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매입 대상에서는 3월22일 이전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포드 등의 채권도 포함됩니다. Fed는 최고 신용등급, 최대 만기일(5년)과 기타 기준을 만족하는 미국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은 이 뉴스에 급반등했습니다. 발표 20분 만에 다우 기준 400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사실 Fed의 발표는 뉴스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지난 3월 말 SMCCF를 만들 때부터 예고해온 내용을 매입을 하루 앞두고 다시 발표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만 사왔는데, 이제는 개별 회사채를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석 달간 'Fed에 맞서지 마라'란 진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무릎을 꿇고 Fed를 추종하기 시작했습니다. Fed가 정크등급 회사까지 구제한다면 코로나19 타격이 아무리 커도 큰 문제가 생기겠습니까?
월가 관계자는 "증시가 무너지면 Fed가 일본은행처럼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도 매입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증시엔 최근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이 주가 폭락으로 재산을 털린다면 미국의 소비는 더 타격을 입고, 전반적 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 있습니다. 미 경제를 지원하고 소비를 되살려야할 Fed로서는 미 증시를 지원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겁니다.
Fed가 보도자료를 내놓던 그 시점,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만약 코로나19 2차 유행이 생긴하면, Fed와 행정부가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Fed은 금융 안정성을 매우 주시하고 있다"고 했고, "(국채금리 안정을 위한) 수익률곡선 제어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쓸 수 있는 충분한 다른 도구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7.62포인트, 0.62% 상승한 채 마감됐습니다. S&P 500 지수는 0.83%, 나스닥은 1.43%나 올랐습니다. 다우가 장중 762.63포인트까지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거의 1000포인트 가까이 반등한 겁니다.
S&P 500 지수의 11개 모든 섹터가 올랐습니다. 광범위한 매수세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의 자산이 미 증시의 가장 확실한 지표란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서 "Fed가 이렇게 뛰어다닌다면 미 증시의 조정은 길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다우 지수의 장중 최저점을 감안하면 미 증시는 지난주부터 10% 가까이 조정을 받았습니다. 그럼 일주일만에 10% 조정으로 이번 조정은 끝난 것일까요?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Fed가 시장은 살릴 수 있지만 실물경제를 살리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물경제의 회복이 느리게 이뤄진다면 증시가 폭락하진 않아도 대폭 오르기는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날 UBS는 미국 필수소비재 회사들을 조사해 발견한 사실들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니다. 이 자료를 보면 실물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① 단계적 수요 회복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영진은 여전히 글로벌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② 중국의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는 낫다
-매장내 방문은 대략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70% 수준에 도달했다.
③ 중국외의 이머징마켓 국가(인도, 남미 등)들은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
④ 판촉(판매경쟁)은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촛점을 기울이는 건 판촉보다는 공급망 유지다.
⑤ 전자상거래 성장은 전반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소비자까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백신이 발견될 때까지 슈퍼마켓 방문은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온라인 식료품 구매는 전체 수요의 5% 수준이지만, 일부에선 향후 5~10년내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⑥ 유명 소비자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한된 환경에선 크고 상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미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포장식품류에서 그런 현상이 강하다.
⑦ 가정에서의 음식료 소비 확대
-포장식품 업계는 수요 확대를 경험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높아진 실업률이 이런 추세에 기여하고 있다. 추세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⑧ 몇몇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급망은 유지되고 있다
-곳곳에서 병목현상이 있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새로운 장기 공급망에 투자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
⑨ 인수합병(M&A) 활동이 가속화 될 수 있다
-대기업 브랜드가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작은 브랜드들은 더 고전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유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더 큰 기회를 찾고 있다. 이런 현실은 더 많은 M&A로 이어질 수 있다.
UBS는 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날 필수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선호하지 않음'으로 낮췄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