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부모 카톡에 "폭력범 접촉금지"…대법 "명예훼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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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주먹 그림 세 개)’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부모 A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에 올린 글이다. A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하급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권모양(가해학생)이 최모양(피해학생)을 따돌리는 행동 등을 했다가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로부터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보복금지’ 등 처분을 받았다. 권양과 최양은 이 학교 3학년 같은 반 동급생 사이다.
최양의 어머니인 A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주먹 그림 세개)’란 내용을 올렸다. A씨는 최양과 같은 반인 학생들의 학부모 19명이 가입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속해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이 최양 사건과 관련한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등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A씨가 권양을 비난하기 위해 이 같은 상태메시지를 설정했다는 이유(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권양을 직접 만나 “야 권◇◇, 앞으로 최●● 건들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마라” 등의 말을 수차례 했다. 이에 최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위협을 가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아동복지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은 두 혐의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범’이라는 언급은 권양을 지칭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주먹 그림’을 게시하는 등의 표현 방식과 게시 기간에 비춰 그 의도가 단순히 일반적인 학교폭력 방지 목적이라기보다는 비방의 목적에 있다”고 밝혔다.
2심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으나 명예훼손 혐의는 그대로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씨는 ‘학교폭력범’ 자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하지 않았다”며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구체적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 표현에서 그런 사실이 반드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부모 A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에 올린 글이다. A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하급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권모양(가해학생)이 최모양(피해학생)을 따돌리는 행동 등을 했다가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로부터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보복금지’ 등 처분을 받았다. 권양과 최양은 이 학교 3학년 같은 반 동급생 사이다.
최양의 어머니인 A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주먹 그림 세개)’란 내용을 올렸다. A씨는 최양과 같은 반인 학생들의 학부모 19명이 가입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속해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이 최양 사건과 관련한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등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A씨가 권양을 비난하기 위해 이 같은 상태메시지를 설정했다는 이유(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권양을 직접 만나 “야 권◇◇, 앞으로 최●● 건들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마라” 등의 말을 수차례 했다. 이에 최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위협을 가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아동복지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은 두 혐의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범’이라는 언급은 권양을 지칭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주먹 그림’을 게시하는 등의 표현 방식과 게시 기간에 비춰 그 의도가 단순히 일반적인 학교폭력 방지 목적이라기보다는 비방의 목적에 있다”고 밝혔다.
2심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으나 명예훼손 혐의는 그대로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씨는 ‘학교폭력범’ 자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하지 않았다”며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구체적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 표현에서 그런 사실이 반드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