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전인수식' 보도자료 낸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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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법 비판은 과장" 해명했지만
기업이 느끼는 규제 강도와 달라
노경목 경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기업이 느끼는 규제 강도와 달라
노경목 경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일선에서 만나는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은 종종 억울함을 호소한다. 언론 보도가 자신들이 설계한 정책 의도를 곡해하거나 특정 입장에 맞춰 해석해 실제와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16일 공정위가 내놓은 보도 참고자료에도 그 같은 ‘억울함’이 배어났다. 지난 10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자료였다.
당시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은 법 개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키운다고 보도했다. 특히 개정안에 포함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보도에 대응해 공정위는 이날 자료를 내고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 지분 비중 30% 이상 기업에서 20% 이상 기업으로 늘더라도 실제 거래 내용에 따라 관련 규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거래 내용에서 실제 총수 일가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의 이런 해명이 기업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 유리한 것’이라는 모호한 내용 이외에 다른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위의 ‘정성평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회사의 지분을 20% 미만으로 줄이거나 모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공정위의 ‘정량평가’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 사이에는 “규제 및 처벌 수단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공정위 입장에 대한 불신도 팽배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세청과 함께 현장 조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체감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과 언론 앞에서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고 뒤에서는 그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공정위는 담당 공무원들의 의도와 실제 정책 효과 사이의 편차가 가장 큰 정부 부처 중 하나다.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과태료를 매기거나 경영진을 검찰 고발할 수 있는 공정위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기업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 힘에 걸맞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당시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은 법 개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키운다고 보도했다. 특히 개정안에 포함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각하고 이 과정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보도에 대응해 공정위는 이날 자료를 내고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 지분 비중 30% 이상 기업에서 20% 이상 기업으로 늘더라도 실제 거래 내용에 따라 관련 규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거래 내용에서 실제 총수 일가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만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의 이런 해명이 기업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 유리한 것’이라는 모호한 내용 이외에 다른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위의 ‘정성평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회사의 지분을 20% 미만으로 줄이거나 모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공정위의 ‘정량평가’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 사이에는 “규제 및 처벌 수단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공정위 입장에 대한 불신도 팽배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세청과 함께 현장 조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체감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과 언론 앞에서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고 뒤에서는 그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공정위는 담당 공무원들의 의도와 실제 정책 효과 사이의 편차가 가장 큰 정부 부처 중 하나다.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과태료를 매기거나 경영진을 검찰 고발할 수 있는 공정위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기업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 힘에 걸맞은 책임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