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인싸' 된 게임株…시총 40兆 넘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문화산업으로 '레벨업'
엔씨소프트 연일 최고가 경신
상장사 전체 시총 5% 줄었지만
게임사 33곳은 올해 24% 늘어
엔씨소프트 연일 최고가 경신
상장사 전체 시총 5% 줄었지만
게임사 33곳은 올해 24% 늘어
코스닥시장 상장사 미스터블루는 2002년 만화·소설책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출판물을 전자책 형태로 바꿔 독자를 끌어들였다. 온라인 책장에는 80만 권이 쌓였다.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유명 웹툰작가들의 저작권을 확보해 관련 서비스를 확대했다.
미스터블루는 2년 전 새로운 먹거리로 ‘게임’을 택했다. 게임사업부문을 분할해 블루포션게임즈를 세웠다. 2018년 31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39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수년째 40억원 수준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139억원까지 늘었다. 첫 출시작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에오스 레드’가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었다. 에오스 레드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미스터블루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연초 대비 80% 급등했다.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투자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코로나19는 게임을 생활의 플랫폼으로, 증시의 주도주로 끌어올려 놨다는 분석이다. 시총 40조원 넘보는 게임株
게임업계는 주식시장에서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대장주 엔씨소프트부터 첫 게임 출시로 대박을 터뜨린 미스터블루까지 게임업체들의 몸값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연초 11조8771억원에서 16일 19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가치는 2조761억원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1조968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펄어비스가 분전 중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씨젠 등 코스닥 시총 톱5를 가득 채운 바이오 기업들을 바짝 쫓고 있는 유일한 다른 업종 기업이다.
국내에 상장된 게임업체 33곳의 시가총액은 올해만 24.32% 증가해 37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상장사 전체 시총은 약 5% 줄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관련 기업 시총도 연초 96조원에서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10조원이 증발했다. 게임업계에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시총 4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셧다운 제도를 도입해 게임을 ‘악(惡)’으로 분류했던 대한민국에서 게임산업이 국내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초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10년 전 게임 셧다운 제도 때문에 국회가 시끄러웠던 시절이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며 “게임이 반드시 나쁜 게 아니고 창작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게임주의 성장은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시간이 늘어나서만은 아니다.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이들이 즐거움을 얻고 전략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공간으로 게임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K게임, 인종·언어 장벽 뛰어넘다
국내 게임업체의 눈부신 성장 비결은 앞선 기술력과 해외에서도 먹히는 콘텐츠의 힘이란 평가가 나온다. 펄어비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42%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작 ‘검은사막’의 글로벌 흥행 비결에 대해 “언어, 인종 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는 영화나 음악과는 달리 게임의 기술력과 그래픽, 액션감은 전 세계 이용자에게 보편적 키워드를 제공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해외 개발자들이 시나리오, 게임 요소를 배치하는 데 투입돼 글로벌 이용자들의 공감대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넥슨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 안에 3개의 게임을 포진시켰다. 신작 모바일 축구 게임 ‘피파(FIFA) 모바일’을 비롯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V4’ 등 레이싱게임부터 스포츠 MMORPG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은 연일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연초 1477엔에서 출발한 넥슨 주가는 이날까지 63.10% 뛰었다.
전 세계적인 현상
해외 게임업체도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미국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주가는 연초 대비 24.79% 상승했다. 게임업체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PC와 모바일용 슈팅게임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는 조만간 7억50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2018년 투자받을 당시 150억달러로 평가받던 기업가치는 170억달러까지 뛰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과거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했던 게임은 최근 플랫폼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유희도구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을 이끄는 산업재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 검은 사막 등 서양인들이 열광하는 게임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K게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미스터블루는 2년 전 새로운 먹거리로 ‘게임’을 택했다. 게임사업부문을 분할해 블루포션게임즈를 세웠다. 2018년 31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39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수년째 40억원 수준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139억원까지 늘었다. 첫 출시작인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에오스 레드’가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었다. 에오스 레드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미스터블루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연초 대비 80% 급등했다.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투자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코로나19는 게임을 생활의 플랫폼으로, 증시의 주도주로 끌어올려 놨다는 분석이다. 시총 40조원 넘보는 게임株
게임업계는 주식시장에서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대장주 엔씨소프트부터 첫 게임 출시로 대박을 터뜨린 미스터블루까지 게임업체들의 몸값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연초 11조8771억원에서 16일 19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가치는 2조761억원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1조968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펄어비스가 분전 중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씨젠 등 코스닥 시총 톱5를 가득 채운 바이오 기업들을 바짝 쫓고 있는 유일한 다른 업종 기업이다.
국내에 상장된 게임업체 33곳의 시가총액은 올해만 24.32% 증가해 37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상장사 전체 시총은 약 5% 줄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관련 기업 시총도 연초 96조원에서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10조원이 증발했다. 게임업계에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시총 4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셧다운 제도를 도입해 게임을 ‘악(惡)’으로 분류했던 대한민국에서 게임산업이 국내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초 게임업계와의 간담회에서 “10년 전 게임 셧다운 제도 때문에 국회가 시끄러웠던 시절이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며 “게임이 반드시 나쁜 게 아니고 창작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게임주의 성장은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시간이 늘어나서만은 아니다.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이들이 즐거움을 얻고 전략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공간으로 게임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K게임, 인종·언어 장벽 뛰어넘다
국내 게임업체의 눈부신 성장 비결은 앞선 기술력과 해외에서도 먹히는 콘텐츠의 힘이란 평가가 나온다. 펄어비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42%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작 ‘검은사막’의 글로벌 흥행 비결에 대해 “언어, 인종 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는 영화나 음악과는 달리 게임의 기술력과 그래픽, 액션감은 전 세계 이용자에게 보편적 키워드를 제공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해외 개발자들이 시나리오, 게임 요소를 배치하는 데 투입돼 글로벌 이용자들의 공감대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넥슨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 안에 3개의 게임을 포진시켰다. 신작 모바일 축구 게임 ‘피파(FIFA) 모바일’을 비롯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V4’ 등 레이싱게임부터 스포츠 MMORPG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은 연일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연초 1477엔에서 출발한 넥슨 주가는 이날까지 63.10% 뛰었다.
전 세계적인 현상
해외 게임업체도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미국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주가는 연초 대비 24.79% 상승했다. 게임업체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PC와 모바일용 슈팅게임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는 조만간 7억5000만달러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2018년 투자받을 당시 150억달러로 평가받던 기업가치는 170억달러까지 뛰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과거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했던 게임은 최근 플랫폼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단순한 유희도구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을 이끄는 산업재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 검은 사막 등 서양인들이 열광하는 게임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K게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