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낼 때까지 미군 줄일 것…독일만 얘기하는 것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5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을 공식화하며 “그들이 돈을 낼 때까지 미군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얘기만이 아니다”고 밝혀 주한미군도 감축 대상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독일을 방어하고 있지만 독일은 수년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돈을 낼 때까지 병사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이어 “나는 독일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른 많은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방어의 핵심인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월까지 주독 미군을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9500명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현재 임시·순환 배치 병력과 훈련 참가 병력까지 포함해 최대 5만2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주독미군의 상한선을 2만5000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병사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한 건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한국, 독일 등을 ‘부자 나라’로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해왔다. 한국과 미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불만을 이유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주한미군과 주독미군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이 지난해 1.36%인 반면 한국은 2.6%(2018년 기준)에 달한다. 주독미군과 달리 주한미군은 미 국방수권법에 따라 현행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걸 제한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감축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것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중국의 위협에 맞서 인도·태평양지역의 모든 파트너 및 동맹과 함께하겠다”며 한국도 명시적으로 거론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에 기고한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해 파트너들과 함께 서 있다’는 칼럼에서다. 그는 인도·태평양 동맹을 강화시키는 것과 관련해 “여기에는 북한의 FFVD(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달성을 위해 한국과 함께하는 우리의 노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 국방장관이 직접 인도·태평양 동맹들의 군사·안보 단일대오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