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코로나 이후 정부가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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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할 한계 분명히 드러나
최대 6천만명 극빈층 전락할 것
더 크고 효율적인 복지국가 필요
대런 애쓰모글루 < 美 MIT 교수 >
최대 6천만명 극빈층 전락할 것
더 크고 효율적인 복지국가 필요
대런 애쓰모글루 < 美 MIT 교수 >
세계는 지난 75년 동안 발생했던 변화 중 가장 큰 사건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정치적 변화는 엄청나다. 대부분의 국가는 경제 규모를 막론하고 공중 보건과 사회안보 체제에 깊은 약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경기 하강 위험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생계가 위태롭다. 4000만~6000만 명은 하루 소득이 1달러90센트 미만인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평소만큼 하는 정부’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길은 네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현상 유지다. 실패한 제도를 개혁하거나 고질적인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지 않고 종전의 ‘기능 장애’를 단순히 되풀이하는 길이다. 이로 인한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공공 비상사태를 지속적으로 겪을 것이다. 결국 민주 정치가 허물어지고,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보다 나쁜 정치 체제가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정부가 민간 기업과 국민을 강력히 통제하는 중국식 모델의 등장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강력한 사회 통제에 나선 덕분에 미국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크고 대규모 개혁이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은 강력한 정부를 선호해 왔다. 토머스 홉스가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홉스는 개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전능한 국가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가 하루아침에 중국처럼 바뀔 수는 없다. 사회 정서와 인프라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경우 지금보다 덜 민주적이고, 효율성은 훨씬 낮은 정부가 들어설 공산이 높다. 단순히 현상 유지를 선택했을 때와 비슷하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 기업이 정부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관리 실패에 따라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 사람들은 민간 기업에 의존하게 된다. 최근 애플 구글 등 일부 거대 기술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인 전염병 대응 조치를 내놨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은 비상 시국에 꼭 필요하다. 이런 기술이 필수화할수록 민간 기업의 힘이 커질 것이다.
다만 이 길도 장기적으로는 앞서 나온 두 가지와 같은 디스토피아로 끝날 것이다.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 불만과 좌절감만 키울 뿐이다.
각국이 가야 할 길은 네 번째 선택지인 ‘더 효율적인 복지국가’다.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지면서 효율적으로 바뀌는 길이다. 정부가 시장에 적절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사회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더 큰 정부’는 중국식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적 국가는 강해질수록 국민의 정치 참여 공간이 확대된다. 이를 통해 국민은 정부를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도 더 강력한 사회 안전망, 더 현명한 규제, 더 효과적인 정부, 훨씬 개선된 공중보건 체계가 필요하다.
새롭고 더 나은 복지국가라는 관념은 환상이 아니다. 다만 이런 발전적 개념이 저절로, 혹은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전해야 할 때다.
목적지가 아무리 멀더라도 첫걸음을 떼는 게 중요하다. 세계가 전염병 대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기존 시스템은 너무나 취약하다.
ⓒ Project Syndicate
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경기 하강 위험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생계가 위태롭다. 4000만~6000만 명은 하루 소득이 1달러90센트 미만인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평소만큼 하는 정부’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길은 네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현상 유지다. 실패한 제도를 개혁하거나 고질적인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지 않고 종전의 ‘기능 장애’를 단순히 되풀이하는 길이다. 이로 인한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공공 비상사태를 지속적으로 겪을 것이다. 결국 민주 정치가 허물어지고,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보다 나쁜 정치 체제가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정부가 민간 기업과 국민을 강력히 통제하는 중국식 모델의 등장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강력한 사회 통제에 나선 덕분에 미국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크고 대규모 개혁이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은 강력한 정부를 선호해 왔다. 토머스 홉스가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홉스는 개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전능한 국가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가 하루아침에 중국처럼 바뀔 수는 없다. 사회 정서와 인프라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경우 지금보다 덜 민주적이고, 효율성은 훨씬 낮은 정부가 들어설 공산이 높다. 단순히 현상 유지를 선택했을 때와 비슷하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 기업이 정부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관리 실패에 따라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 사람들은 민간 기업에 의존하게 된다. 최근 애플 구글 등 일부 거대 기술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인 전염병 대응 조치를 내놨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은 비상 시국에 꼭 필요하다. 이런 기술이 필수화할수록 민간 기업의 힘이 커질 것이다.
다만 이 길도 장기적으로는 앞서 나온 두 가지와 같은 디스토피아로 끝날 것이다.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 불만과 좌절감만 키울 뿐이다.
각국이 가야 할 길은 네 번째 선택지인 ‘더 효율적인 복지국가’다.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지면서 효율적으로 바뀌는 길이다. 정부가 시장에 적절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사회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더 큰 정부’는 중국식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적 국가는 강해질수록 국민의 정치 참여 공간이 확대된다. 이를 통해 국민은 정부를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도 더 강력한 사회 안전망, 더 현명한 규제, 더 효과적인 정부, 훨씬 개선된 공중보건 체계가 필요하다.
새롭고 더 나은 복지국가라는 관념은 환상이 아니다. 다만 이런 발전적 개념이 저절로, 혹은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전해야 할 때다.
목적지가 아무리 멀더라도 첫걸음을 떼는 게 중요하다. 세계가 전염병 대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기존 시스템은 너무나 취약하다.
ⓒ Project Syndicate
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