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약속 저버린 행위 묵과 못해' 판단…한반도 긴장 불가피
대화 복원까지 험로…문대통령 NSC 불참, 金과의 신뢰 염두에 뒀나
문대통령, 확고한 원칙 깬 北에 강력대응…평화구상 '시계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북한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강력 대응' '엄중 경고' 등 수위 높은 표현을 담은 회의 결과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대화의 손길을 저버리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당분간 고조될 전망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답보 상태인 비핵화 대화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암초를 만나게 됐다.

◇ 원칙론자 문대통령, 남북합의 무시한 北 용인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전인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긴장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엄숙한 약속',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표현했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요구를 관철하고자 무력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남 비방 및 위협을 이어온 북한이지만, 문 대통령은 대화와 소통으로 응수했다.

'저자세'라는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만 하루 만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없애 버렸다.

판문점선언의 결실이자 남북대화를 상징하는 이곳을 파괴하는 행위를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용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이 NSC 상임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를 걷어내겠다고 해 온 상황에서 시설 철거가 아닌 폭파라는 수단으로 긴장감을 높인 것 역시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선 행위에 해당한다.
문대통령, 확고한 원칙 깬 北에 강력대응…평화구상 '시계제로'
◇ 남북갈등 심화 예상…중재자역도 당분간 수면 밑으로
김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보복에 나설 것을 경고한 데 이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 9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끊은 데 이어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다.

남북관계 악화를 부를 추가 행동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이에 청와대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만큼 남북의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 합의정신을 저버린 북한의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온적 대응이 국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자연스레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촉진자역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며 문 대통령이 제안한 도로·철도연결 사업, 개별관광 등 협력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 대화 포기는 아직…정상간 신뢰에 실낱같은 희망 거는 靑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이 전해진 직후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NSC 회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관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지만,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체회의를 주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로를 향해 비판적 태도를 직접 보이지 않은 만큼 긴장 완화에 필요한 남북 정상 간 신뢰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급속히 긴장이 조성되기는 했으나 남북이 과거 대결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정권의 상징과도 같은 한반도 평화와 그에 필요한 대화 의지를 완전히 저버리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한반도 정세를 전환하고자 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