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베이조스·저커버그 옆엔 감성지능 높은 '2인자 리더십'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모두 ‘혁신의 아이콘’ ‘개척자’로 찬양받는 리더들이다. 하지만 ‘괴짜’ ‘폭군’ 등으로 불리며 비난받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잡스는 회사에서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베이조스 역시 직원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 내 인생을 낭비하게 하느냐?” “당신은 게으른 건가? 무능한 건가”라고 독설을 한다고 한다. 머스크도 만만치 않다. 12년 동안 함께한 비서가 “휴가를 좀 보내달라”고 하자 흔쾌히 허락하고 바로 해고해버렸다. 저커버그는 그의 ‘제왕적 리더십’ 때문에 인수한 회사 창업자들이 모조리 페이스북을 떠났다.

이런 논란에도 이들이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이들 곁에는 하나같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정반대 성향의 리더들이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받는 아마존의 데이브 클라크 수석부사장(COO)이 대표적이다. 그는 아마존에서 베이조스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인간미가 없어 ‘아마봇(Ama-bot)’이라고 불리는 베이조스와 달리 클라크는 직원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 무대 뒤에서 운영 전반의 세부사항을 챙기며 일이 돌아가도록 한다.

잡스에게는 팀 쿡이 있었다. 독단적인 잡스와 달리 쿡은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을 실천했다. 또 잡스가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몰두할 때 쿡은 꼼꼼하고 안정적인 운영과 관리로 애플의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

저커버거는 셰릴 샌드버그(COO)를 만난 뒤 페이스북을 세계 최대 SNS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다.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광고 기반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직원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저커버그의 빈 고리를 메우는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어떨까. 머스크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스페이스X의 공식 사장이자 COO인 그웬 샷웰이 있었다.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그웬이 없었으면 오늘의 스페이스X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직원, 고객, 그리고 세부적인 운영사항을 챙길 뿐만 아니라 머스크가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고 처리하는 ‘평화지기(피스키퍼)’로 알려져 있다.

잡스·베이조스·저커버그 옆엔 감성지능 높은 '2인자 리더십'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영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와 실행 역량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리더가 이런 역량을 모두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조직 내 리더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혁신적 리더가 일에 대한 완벽주의와 강력한 성과주의를 추구할 때, 감성지능이 높은 2인자 리더십은 상처받은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또 그들이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운영적인 부분을 챙기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혁신적 리더와 상호작용하는 보완적 리더십이 기업의 혁신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박은진 < IGM 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