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 금융정책 등 주요 경제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에 ‘투사형’ 의원을 전면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 반(反)기업, 반시장 법안이 막무가내식으로 처리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포스트 코로나’ 및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혁파는 더욱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상임위에 '투사형' 전면배치한 巨與
복지위엔 ‘反원격의료’ 의원 다수

민주당은 정무위원회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의원을 배치했다. 정무위는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과 관련법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대기업 총수 일가 의결권을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대부분 규제 성격을 갖는 51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 활동했을 당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결사 반대하는 등 규제 완화에는 부정적이다.

다만 김병욱 의원(간사), 이원욱 의원 등을 정무위에 포진해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도 있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각각 제출하는 등 민주당 내에서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편에 속한다.

원격의료 도입 등 의료 선진화와 관련해서는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19대 국회 때 원격의료에 반대한 김성주 의원을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했다. 김성주 의원은 과거 “원격의료 추진이 기업의 이해와 관련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는 등 원격의료 반대 선봉에 섰다. 김 의원뿐 아니라 남인순 정춘숙 인재근 의원 등 복지위에 배정된 다수 의원이 당 안팎에서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민주당(옛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신현영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원격의료에 반대 입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을지로위 출신 장악한 기재위

기획재정위원회에는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다수 자리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을’을 대변한다는 목표로 출범한 당내 기구다.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고용진 홍익표 의원 등 을지로위원회 소속 인사들이 이번에 기재위원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기동민 김경협 김두관 의원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적극 지지하는 여당 의원들도 기재위에 포진했다. 소상공인 지원이나 소득주도성장을 지원하는 재정 정책 등을 다수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에서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의원들이 대거 배정될 것으로 알려져 기재위 내 격돌이 예상된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지역별로 고루 배분된 가운데 문진석(천안갑),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 등 21대 총선에서 악전고투한 지역구 의원을 배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의원은 신범철 통합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1.42%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박 의원의 득표율은 상대 후보인 정용기 통합당 후보와 3.15%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총선 과정에서 1가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주장한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은 국방위원회로 배정돼 여당의 종부세 완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고민정 이용선 정태호 등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두루 포진했다. 인기 상임위인 산자위에 청와대 출신을 배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접점이 많은 의원이 자리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수진 의원과 대우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철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여당이 21대 국회에서도 친노조 정책을 쏟아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동훈/조미현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