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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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 총참모부는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앞으로 구체적인 군사행동계획들로 Δ금강산관광지구·개성공단에 부대 전개 Δ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한 감시초소(GP) 복원 Δ접경지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 Δ대남전단(삐라) 살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파탄 지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된 대북 유화정책을 통해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지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결실은 맺지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文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폭파됐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교착상태였던 남북관계는 2018년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실마리가 풀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4월 판문점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4·27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6월에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큰 틀에 합의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비핵화, 서해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착공 등을 논의했다. 남북 간 휴전선 일대 군사행동 중단 및 감시초소(GP) 일부 철수를 포함한 9·19 군사합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도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번에 파국 상황까지 맞은 것이다.
◆9.19 군사합의 이후 고조된 안보우려
북한이 군사적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지금 우리의 대비태세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과의 평화무드 속에 자칫 허술해진 안보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안보 불감증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병력 축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우리 군은 2006년 국방개혁을 시작해 2017년까지 2개 군단, 7개 사단을 해체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내엔 추가로 2개 군단, 5개 사단을 없앤다. 2005년 남북한 병력은 북한 육군 100여만 명과 우리 육군 54만여 명으로 2대 1의 차이가 났다. 이 격차는 2022년이 되면 북한 110만여 명과 남한 38만여 명으로 30대 1로 커진다.
9.19 군사합의에 따른 전방의 무장 해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합의에 따라 남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곳씩을 철거했다. 그러나 GP 전체 숫자로 보면 우리가 너무 양보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의 전방 GP는 160개로 남한(60개)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수의 GP를 없앤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우리는 군사분계선 주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공중 정찰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방의 대북 표적식별 능력이 44%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공자(攻者)와 방자(防者)의 구분을 무시하고 방자인 한국군의 감시·정찰·조기경보 능력을 제약한 것은 9·19 군사합의의 최대 문제점”이라고 비판해왔다.
대북 유화정책으로 키리졸브나 UFG 등 한·미연합 훈련이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그 사이 군 기강도 상당히 해이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전방 GP의 기관총 원격 사격체계가 고장나 최근 북한군의 공격을 받고도 32분이 지나서야 수동 사격으로 대응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로마인 베제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If you want peace, prepare for war)는 금언을 남겼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맞는 말이다. 적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못낼 정도로 막강한 국방력을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각 국이 엄청난 국방비를 써가며 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등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도 진짜 전쟁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남북한 평화시대를 열겠다며 혹시라도 국방·안보에 소홀했다면 패착이다. 허술한 안보야말로 전쟁을 부르는 진짜 원인이란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국방력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평화를 위해서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무도한 도발을 계기로 혹시나 허점이 생겼을 수 있는 안보태세를 돌아보고 국방력을 강화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
이로써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파탄 지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된 대북 유화정책을 통해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지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결실은 맺지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文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폭파됐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교착상태였던 남북관계는 2018년 2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실마리가 풀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4월 판문점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4·27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6월에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큰 틀에 합의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비핵화, 서해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착공 등을 논의했다. 남북 간 휴전선 일대 군사행동 중단 및 감시초소(GP) 일부 철수를 포함한 9·19 군사합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도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번에 파국 상황까지 맞은 것이다.
◆9.19 군사합의 이후 고조된 안보우려
북한이 군사적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지금 우리의 대비태세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과의 평화무드 속에 자칫 허술해진 안보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안보 불감증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병력 축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우리 군은 2006년 국방개혁을 시작해 2017년까지 2개 군단, 7개 사단을 해체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내엔 추가로 2개 군단, 5개 사단을 없앤다. 2005년 남북한 병력은 북한 육군 100여만 명과 우리 육군 54만여 명으로 2대 1의 차이가 났다. 이 격차는 2022년이 되면 북한 110만여 명과 남한 38만여 명으로 30대 1로 커진다.
9.19 군사합의에 따른 전방의 무장 해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합의에 따라 남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곳씩을 철거했다. 그러나 GP 전체 숫자로 보면 우리가 너무 양보한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의 전방 GP는 160개로 남한(60개)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수의 GP를 없앤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특히 우리는 군사분계선 주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공중 정찰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방의 대북 표적식별 능력이 44%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공자(攻者)와 방자(防者)의 구분을 무시하고 방자인 한국군의 감시·정찰·조기경보 능력을 제약한 것은 9·19 군사합의의 최대 문제점”이라고 비판해왔다.
대북 유화정책으로 키리졸브나 UFG 등 한·미연합 훈련이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그 사이 군 기강도 상당히 해이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전방 GP의 기관총 원격 사격체계가 고장나 최근 북한군의 공격을 받고도 32분이 지나서야 수동 사격으로 대응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막강한 군사력만이 평화 지킬 수 있어
로마인 베제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If you want peace, prepare for war)는 금언을 남겼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맞는 말이다. 적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못낼 정도로 막강한 국방력을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각 국이 엄청난 국방비를 써가며 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등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도 진짜 전쟁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남북한 평화시대를 열겠다며 혹시라도 국방·안보에 소홀했다면 패착이다. 허술한 안보야말로 전쟁을 부르는 진짜 원인이란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국방력은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평화를 위해서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무도한 도발을 계기로 혹시나 허점이 생겼을 수 있는 안보태세를 돌아보고 국방력을 강화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