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단기 특수를 누린 메모리 반도체 값이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6월 현재 PC에 가장 많이 쓰이는 DDR4 8GB 현물가격은 2.91달러까지 내려왔다. 메모리 불황 늪에 빠졌던 지난해 11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7일 전고점(3.64달러) 대비로도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4~5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북미, 유럽의 유통채널 영업 중단 여파로 D램의 재고가 일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쳐 메모리값이 다시 장기 불황 사이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현물가격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의 값이다. D램 중 90%는 고정가격으로, 10%는 현물가격으로 거래돼 양은 많지 않으나 고정거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간주한다. 2016년 D램 사이클이 회복기에 접어들 때도 현물가격이 먼저 올랐다.

지난 1분기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오히려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이 늘어나면서 서버 확대 수요가 함께 늘어나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서버에는 대용량의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가 코로나 영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메모리 가격 하락 신호는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일부 '큰손'들이 D램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재고 확대를 미루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들린다. 하이퍼스케일(초대형·면적 2만3000㎡ 이상)급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수요가 늘자 이미 1분기 D램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현재보다 더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메모리 가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D램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수요 위축으로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 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VIP 고객'들의 올해 시설투자액 전망치는 당초 943억달러에서 919억달러로 조정됐다.

디램익스체인지는 "하락하고 있는 현물가격과 달리 고정거래가격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격차가 계속 커질 경우 올 3분기에는 고정가격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조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급락했던) 과거와는 같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경제활성화로 인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분기 이후에도 보합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