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 대신 주식 공부
10~20대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금융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17일 미국 CNBC에 따르면 15초에서 1분 사이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투자하기’를 뜻하는 해시태그(검색용 주제어) #investing으로 분류된 동영상은 이달 중순 기준 조회 수 2억7810만 건을 기록했다. 투자 팁(#investingtip), #부동산 투자(#realestateinvest), #투자 입문(#invest101) 등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 누적 조회 수도 수백만 건에 달한다.

틱톡 이용자는 주로 1995~2015년 태어난 이른바 ‘Z세대’다. 시장조사기업 애드에이지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의 42%가 18~24세다. 13~17세가 27%, 25~34세는 16%를 차지한다. 춤과 장난, 대중문화 패러디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 영상을 주로 공유했지만 요즘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 유명인)가 30초 내외로 ‘내가 보유 중인 주식’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분짜리 절약 습관 팁을 공유하는 계정 중엔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에서도 20대를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등의 투자법을 다루는 계정이 여럿 있다.

‘미국판 동학개미’로 불리는 무료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최근 10~20대 사용자가 늘었다. 올초부터는 틱톡에서 광고도 시작했다. 로빈후드는 올 1분기 300만 계좌가 개설됐다.

블라디미르 테네프 로빈후드 공동 창업자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핀테크콘퍼런스에서 “로빈후드 이용자 연령대 중앙값은 31세”라며 “청년 투자자들은 바이오기업, 온라인 화상회의 기업, 스트리밍 기업 등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온라인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도 지난 3월 한 달간 42만6000명이 새로 계좌를 개설했다. 조 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애널리스트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신규 투자자가 늘었다”며 “이들은 3월부터 코로나19로 크게 떨어진 항공사와 크루즈기업 등의 주식을 주로 사들인다”고 말했다.

CNBC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길어질 전망인 데다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Z세대의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이를 투자 기회로 보고 용감하게 뛰어드는 Z세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 수수료 없는 거래가 가능해져 주식 투자 진입 문턱도 낮아졌다. 대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직장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집에 있는 동안 주식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가 늘었다.

CNBC는 “청년들은 자산관리서비스에 돈을 쓸 여유가 없다”며 “이 때문에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금융 정보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청년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키나한 애널리스트는 “젊은 투자자들은 위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주식 투자를 마치 운동경기 결과를 두고 내기하는 것과 동일시하며 ‘노는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