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은 '김여정 이력서 만들기'…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배경의 하나로 ‘김여정 이력서 만들기’를 꼽았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건 후계 구도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비무장지대 군대 배치 등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한계선)’인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까지는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의 북한 전문가를 전화·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석좌는 북한 도발에 대해 “자기 몫(비핵화 조치)은 양보하지 않은 채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김여정의 리더십을 빛내기 위한 이력서 만들기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북한 위계질서에서 김여정의 지위 상승, 김정은 후계자로서의 역할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된 2010년 이후처럼 군사적 갈등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위기를 조장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큰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겠지만 핵·ICBM 실험 같은 중대 도발은 가까운 장래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 실험이나 ICBM 발사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중국의 인도적 지원 철회 같은 보복을 부를 수 있는만큼 북한도 이를 피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가장 원한 건 제재 완화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게 전혀 안 됐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에 희생양이 필요할 때 한국은 언제나 가장 만만한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도발은 이제 시작 단계고, 당분간 한국 정부를 겨냥해 내놓을 리스트가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핵실험 같은 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두고 (악명 높은) ‘시카고 갱’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의 아첨과 미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며 “대선 전 북한과의 새로운 딜(거래)은 어렵다”고 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 손실이 없는 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도발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감정 폭발에 과잉 대응하기보다 북한 정권의 금융 (접근) 비용을 높이고, 군사적 억제력과 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