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향 3개월 그칠 것
역사상 가장 짧은 경기 침체
성장주 장세 당분간 지속
韓, 신흥국 평균보다 저평가
메리츠증권이 17일 내놓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관측이다. 메리츠는 지난 한 달간 진행한 세미나에서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보고서를 내놨다. 주가 급등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은 과거 위기와 달리 ‘질병’에 의한 충격인 데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 유동성 팽창 등이 맞물려 상식과는 다른 주가 곡선이 그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내용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네 가지 질문을 정리했다. 금융시장 회복 속도 너무 빠르다?
시장은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메리츠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번 침체 기간은 3개월 안팎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대공황 이후 나타났던 대부분의 침체기가 짧아도 8개월 이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은 매우 짧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4월 14.7%로 정점을 찍고 5월(13.3%) 하락 전환했다는 점을 침체 국면 종료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빠른 회복은 이번 경제위기가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위기 땐 과잉공급, 금리 인상 등 정책 실패, 경기 과열 등 인위적인 배경이 있었지만 이번엔 예측할 수 없었던 질병으로 인해 발생했다. 그동안 위기 때마다 해결책으로 ‘부채의 정상화’가 거론됐지만 이번엔 유동성을 풀어도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자유롭다. 부채를 줄이기 시작하면 디플레이션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지만 이번엔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주가 회복 속도에 관해서도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면 ‘V자’ 반등은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8개월 전후의 짧은 경기침체에선 주가가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침체 기간을 3개월 안팎으로 본다면 과거보다 빠른 반등이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스피 고평가 아니다
기업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데도 주가만 오르다 보니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2.5배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 S&P500의 PER 역시 21.5배로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의 지형이 구조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단순 PER에 따른 밸류에이션 접근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많다. 비대면, 바이오, 2차전지 등 성장주들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기준치 자체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선 PER 12배를 밸류에이션 상단으로 평가했지만 이를 신흥국 평균인 14배로 높여 봐야 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한국이 신흥국 평균보다 PER에서 11.5%가량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익 성장성을 보면 한국은 오히려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IT, 커뮤니케이션, 헬스케어 등의 높은 비중을 바탕으로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증가율이 37%에 달하는 반면 신흥국은 7.4%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신흥국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언택트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뿐이라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주도주 꺾이면 조정”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성장주 우위 장세는 지속될까. 이번 사태에서 부각된 언택트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은 아니지만 기존의 것을 플랫폼으로 대체하고 효율화한 곳들이다. 성장주는 이런 파괴적 혁신을 통해 사회 곳곳에 스며들며 구조적 변화를 앞당긴 기업이어서 강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성장주가 주도하는 시장이 언제 꺾일지에 대해서는 유동성이 위축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조정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8년 하반기 미국에서도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진행되면서 조정이 왔다.
메리츠증권은 ‘주도주의 추세 이탈’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도주인 언택트 관련 기업들이 꺾이거나 교체되는 신호가 보이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