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또 벼랑끝 남북관계, 희망고문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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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트집잡는 막말 대거리
남한을 볼모로 몸값 올리려는 것
도발원점 제압 능력이 대응 요체"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예비역 육군 중장 >
남한을 볼모로 몸값 올리려는 것
도발원점 제압 능력이 대응 요체"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예비역 육군 중장 >
![[시론] 또 벼랑끝 남북관계, 희망고문 끝낼 때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6/07.20531241.1.jpg)
시즌2의 주연은 지난 4일부터 ‘대적(對敵)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등장하는 조연들도 다채롭다. 이선권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이제부터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겁박하는가 하면, 외무성 국장은 “비핵화라는 ×소리 집어치워야… 우리는 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며 큰소리쳤다. 여기에 북한 옥류관 주방장까지 가세해 “국수 처먹을 때 요사를 떨더니 전혀 한 일이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했다.
문재인 정부는 16일 김여정의 협박이 현실이 될 때까지 유화적 태도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 처벌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모든 합의 준수를 다짐했다.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희망고문’을 되풀이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우리 정부가 판문점·평양 선언을 했지만 약속을 지킨 것이 별로 없다”고 자책했다. 구태스러운 선전·선동에 대해 따끔한 지적 하나 없다가 뒤늦게 “강력한 유감과 대응”을 경고했다. 문 대통령의 특사 파견 간청도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moonshine’은 영·미 문화권에서 ‘밀주’ 또는 ‘헛소리’로도 쓰인다고 알려지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국민은 엄중히 묻는다. 지금까지 북한과 어떤 소통과 거래를 했길래 이토록 쩔쩔매다가 구체적 메시지도 없는 경고에 그치는가. 남북 교류는 발전해야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으로는 국민에게 열패감만 안겨줄 뿐이다.
북한의 대북 전단 문제 제기는 걸고넘어지려는 방편에 불과하다. 북한의 진짜 목적은 남한을 볼모로 잡는 ‘벼랑 끝’ 전술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데 있다. 이런 북한의 행보는 한·미 동맹이 균열되지 않는 한 차기 미국 대통령이 결정되는 오는 11월 3일까지 지속될 것이다.
사실 전쟁을 가장 두려워할 사람은 북한 최고책임자다. 본래 독재자의 운명은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쫓기는 신세가 돼 안락한 생활과 권좌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확고한 군사대비의 요체는 적의 도발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을 제압할 준비태세를 갖추는 데 있다. 한반도 평화를 사자의 위엄과 여우의 지혜 없이 만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