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념관 "한반도 내전 발발 후 美 개입…北 요청으로 참전해 승리"
재개관 한달여만에 코로나로 문 닫아…"10월 中참전기념일 행사 준비"
[6.25전쟁 70년] 총부리 겨눴던 중국이 기억하는 '항미원조'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그 명칭에서부터 드러난다.

'한국전쟁'이나 '6·25전쟁'이라고 부르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했다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 위치한 '항미원조 열사능원'. 한국전쟁에 참전해 유엔군은 물론 한국군과도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다가 숨진 중국군의 유해가 안장돼있고 추모시설과 전시관이 있는 이곳은 한중 간 서로 다른 전쟁의 명칭처럼 동일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지난 6일 이 시설을 방문했을 때, 한국전쟁 기간(1950~1953년)을 의미하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입구 문은 닫힌 상태였다.

대신 "1월 하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문을 열지 않았고, 5월 중순부터 3개월간은 개조공사를 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열사능원은 2년여간의 증축공사 끝에 지난해 12월 중순 재개관했다 코로나19로 한달여 만에 문을 닫았는데, 또다시 공사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으로 보였다.

[6.25전쟁 70년] 총부리 겨눴던 중국이 기억하는 '항미원조'
지난해 말 재개관 직후 이 열사능원 내 전시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관점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전시관 초입에는 "한반도에 내전이 발발하자 미국 정부가 즉각 무장간섭을 하고 북한에 대해 전면전을 벌였다"면서 "북한의 요청에 따라 중국 인민지원군이 압록강을 건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의 개입으로 중국 접경지역까지 피해를 입었고 참전 후 2년 9개월간의 전투와 중국인 19만여명의 희생 끝에 '승리'를 거뒀다는 서술은 전시의 기본방향을 잘 나타내는 듯했다.

중국군이 줄지어 압록강을 건너가는 사진은 북·중 우의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많이 쓰이는데, 전시관에는 그 장면을 담은 조형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시기별로 중국군의 전과를 보여주는 전시가 이어졌고, 특히 중국이 최대 전과로 내세우는 상감령(上甘嶺) 전투는 별도의 공간을 할애했다.

[6.25전쟁 70년] 총부리 겨눴던 중국이 기억하는 '항미원조'
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묘소 등 북한에 있는 중국군 추모시설뿐만 아니라, 한국으로부터의 중국군 유해 송환도 자세히 다뤘다.

전시관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중국군 묘역 참배 등 한국과의 협상 준비단계에서부터, 2014년 첫 번째 유해 송환을 인천공항에서의 인수식, 선양공항에서의 영접식, 선양 열사능원 내 안장식 등으로 세분해 소개했다.

대형 화면에는 유해송환 과정을 담은 영상이 계속 상영됐다.

전시는 "중화민족이 외국의 침략에 저항한 역사에서 빛나는 한 페이지를 남겼다"고 자평하며 끝을 맺었다.

선양시 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의 열사능원 취재요청에 코로나19를 언급하며 "전시시설인 다른 박물관과 달리 능원은 묘역이기 때문에 열지 않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중국 참전기념일인) 10월 25일을 기념한다.

올해 항미원조전쟁 70주년을 맞아 행사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 공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기자에게 개방하기에는 민감한 시기"라면서도 "4월 예정됐던 한국으로부터의 중국군 유해 추가 송환이 코로나19로 미뤄졌는데, 연말 전에는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는 취재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6.25전쟁 70년] 총부리 겨눴던 중국이 기억하는 '항미원조'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오는 10월 중국에서 한국전쟁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면 '항미 원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랴오닝성 단둥(丹東) 항미원조기념관 재개관에 맞춰 북·중 고위급 회담 가능성이 제기기도 한 것 처럼, 북·중 관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때까지 미·중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중국은 '항미'를 강조하면서 국내 여론 결집을 시도할 수도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