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최근 전 세계에서 잇따르는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계기로 EU 본부 내에 만연한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EU 조직 내부에서 흑인과 아시아인 등 소수인종의 고위직 진출이 가로막히면서 백인들만의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뒤늦은 반성이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다음주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한 27명의 집행위원(커미셔너)들이 참석하는 인종차별 관련 토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U 조직 내부의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 집행위의 설명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인종차별은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무의식적 편견 및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특권을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토론회에서 소수인종이 EU에서 왜 과소대표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27명의 집행위원들이 지난해 12월 선임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7명 모두 전원 백인들이다.  자료=EU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27명의 집행위원들이 지난해 12월 선임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7명 모두 전원 백인들이다. 자료=EU
EU의 전신은 1958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 주도로 출범했다. 집행위에 따르면 출범 이래 역대 EU 집행위원 중 소수인종 출신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집행위원은 집행위의 일원으로, 우리나라의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새 집행위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해 총 27명이다. 집행위원 수는 EU 회원국 수와 동일하다. 집행위원단 27명 중 여성은 12명이다. 반면 모두 백인들로 구성돼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집행위뿐 아니라 유럽의회에서도 EU의 다양성이 대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 의원 705명 중 소수인종은 4.0%인 28명에 불과하다. 전체 유럽인의 10~15%가 소수인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설명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민들은 우리가 인종차별이 너무 오랫동안 일어나도록 내버려뒀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얘기를 반드시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