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상법 개정안' 발의…박용진 "민주당 차원 추진할 것"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상법 일부법률개정안’을 18일 발의했다. 집중투표제나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도입될 경우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상장사들까지 해외 투자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상법개정안은 기업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방만 경영에 대한 예방적 조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 제출을 예고했다. 이 법안에는 △다중대표소송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사해임요건 마련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자투표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차원에서 상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며 “지난번 토론회 때 김태년 원내대표도 우리 법안이라고 이야기했고, 의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법무부도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박 의원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쟁점화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도 있고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와 투자업계에서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이 이뤄질 경우 국내 상장사들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주가 변동이 심한 편이라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에 취약한 구조다. 이 같은 약점을 노려 해외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2015년과 2018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각각 공격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통상적으로 단기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한다”며 “정상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돕기보다는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알짜 자산 매각을 요구하거나 경영권을 흔들어 주가를 부풀리는 등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기준을 원칙으로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는 박 의원의 설명도 사실과 차이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적대적 M&A 등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대다수 나라에서 도입하지 않았거나 이미 폐지했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역시 선진국 중 도입한 국가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