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 찬반 평행선…"코로나19·지역특성 고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지역적 특성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18일 광주 북구 정부광주합동청사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광주·전남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최저임금위원회 박준식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회는 조선대 윤상용 경제학과 교수의 발제로 노사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윤 교수는 "임금 인상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려면 소득이 소비로 이어져야 한다"며 "기업의 수익성과 근로자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비정규직이 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의 산업·고용 구조의 열악함을 설명하며 "소득을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 집단에 속한다"며 "적어도 이 지역 산업구조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당연히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하지만 급격한 인상은 광주·전남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역 경제가 코로나19 상황이 더해져 더욱 어렵다는 점엔 공감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팽팽한 이견을 보였다.

한국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손종대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돼야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실질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상공회의소 이후형 기획조사본부장은 "노동자들이 최저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기업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부분적이나마 최저임금이 지역별, 업종별, 규모별로 차등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승춘 공인노무사도 "광주·전남 지역 제조업은 가격 결정력이 있는 원청 기업이 아니다"며 "임금이 오르면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부담을 완화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업종별, 규모별로 차등화하고 취약 업종에 대해선 정책적인 지원으로 보호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빠진 영세 사업장을 재벌 대기업에 대한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광주시비정규직센터 정찬호 센터장은 "소수 재벌이 부를 독식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논의는 양측 모두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티디글로벌 송영수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기업들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최저임금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중소기업들이 튼튼하게 커 갈 수 있도록 속도 조절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빛고을경비연합 문철원 대표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도 아파트 경비원들은 그만큼 휴식 시간을 늘려 실질 소득은 늘지 않고 오히려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런 점을 참작해 경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