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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처럼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광란의 1920년대(roaring 20s)’가 끝을 향하던 당시 세계 경제는 높은 부채에 시달렸다. 투기가 기승을 부렸고, 국제 수지 불균형은 심화됐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도 불러일으켰다. 산업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도 일어났다. 대공황 때 급격한 기술 변화가 일어났고 자동차와 화학, 항공 등 신산업이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기존 산업은 생존을 위해 싸웠지만 경쟁력을 잃어갔다.

독일의 거시경제학자이자 경제 및 금융위기 전문가인 다니엘 슈텔터는 저서 《코로노믹스》에서 “코로나19는 침체를 향해 가던 허약한 경제 상황에 직격탄을 날렸다”며 “과거의 대공황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19 충격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상당 시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슈텔터는 이 책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전 세계에 펼쳐질 경제적 변화를 분석하고 각국의 정부와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경제정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그 경제정책을 ‘코로노믹스’라고 일컫는다.

[책마을] "코로나 이후 新경제질서, 아시아가 주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거대한 변화는 인플레이션과 반(反)세계화 현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이 펼친 정책을 보고 인플레이션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금융 시스템 안에 묶이면서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고, 자산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앞으로 몇 년간 중앙은행은 더욱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각국 정부는 반세계화 및 물가 상승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과거 전염병이 유행했던 시기의 상황을 통해 비용 상승도 예견할 수 있다. 전염병이 대유행하고 나면 반드시 임금이 상승했다.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도 그랬고, 희생자 수가 훨씬 적었던 다른 병이 유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경제 회복의 첫 단계에 접어들면, 기업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황과 비용 상승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비용 상승분을 전부 시장으로 이전시키는 것도 어렵다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화로 인해 디플레이션 경향이 우세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 코로나19 이후 반세계화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 현상은 전염병이 유행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주의가 강해졌고, 코로나19는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력 성장과 생산성 증가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없었더라도 시급히 필요한 정책이었다. 이민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통해 이민자 비율을 높인다든지, 기대 수명을 반영해 근로 기간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한다. 우선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정부 지원이 대출 혹은 경영 참여의 형태로만 이뤄지는 현재 상황에서 현금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 지원을 받는 상황을 피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용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는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일부 기능을 외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혁신적인 가격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포인트 적립 등 수량화할 수 있는 고객 혜택을 통해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식이다.

슈텔터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이 걸어가야 할 길도 제안한다. 저자는 “한국은 서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반세계화 움직임을 생각해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법으로 경제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세상을 이끌 힘이 아시아에 있으며 서구 세계는 과거의 영향력을 크게 잃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에 맞서는 방법을 전 세계에 알렸다”며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모습으로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