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계가 내놓은 서비스 가운데는 금융회사들이 내놨다가 규제에 가로막혀 흐지부지된 것이 많다. 똑같은 내용의 서비스라도 핀테크업체에는 ‘혁신’, 기존 금융회사에는 ‘규제’의 딱지가 붙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신용카드 회사는 2017년 은행과 손잡고 ‘지인 추천 서비스’ 도입을 검토했다. 금융상품을 추천받은 사람이 상품에 가입하면 추천해준 사람에게 캐시백을 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카드 모집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인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위법이라는 금융당국의 제동에 사업을 접었다. 반면 토스는 올해 초 수협은행과 제휴해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를 문제없이 내놨다. 일반인들이 토스에서 적금 상품에 가입한 뒤 같은 상품을 친구 등에게 소개해주면 우대금리를 주는 내용이다. 동일한 적금에 가입한 사람들이 한 명 생길 때마다 연 0.2%포인트의 이자를 더 받는다. 금융당국은 예금과 적금 상품은 모집인 제도가 없어서 괜찮다며 서비스를 허용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도 비슷한 혜택을 본다. 카카오페이의 인기 서비스 ‘더치페이’에서는 전체 금액과 함께 내야 할 사람을 입력하면 저마다 같은 돈을 쉽게 송금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2016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출시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은 결제 가맹점을 요식업에 한정하고 서비스의 악용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서비스를 외면하고 핀테크 회사의 서비스로 몰렸다.

핀테크 업체에 대해서만 규제를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해외로 돈을 보낼 때 외국환거래은행을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기존에 지정한 외국환거래은행을 바꿀 때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핀테크 업체들은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외국환거래은행을 지정할 필요가 없고 이용 업체 변경도 자유롭다. 하루 5000달러(약 600만원)의 한도가 있지만 연간 한도는 5만달러로 은행과 동일하다.

이에 대해 핀테크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금융권의 주장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억지라고 맞선다. 그동안 혁신을 소홀히 해오다 금융소비자들이 이탈하자 화살을 핀테크업계에 돌린다는 얘기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비슷한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던 것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혁신의 정도가 모자랐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해오다가 핀테크 업체와의 불평등을 거론하면서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