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정부·국회 믿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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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객원 大기자 특별기고
"공채 폐지가 호봉제 개편의 첫 단추
수시채용, 모든 기업으로 확산시키자"
"공채 폐지가 호봉제 개편의 첫 단추
수시채용, 모든 기업으로 확산시키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그 당연한 결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중병에 걸린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5월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39만 명 감소했다. 나라에서 월 27만원을 준다는 ‘소일거리 취업’ 숫자가 대다수인 60대에서 30만 명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5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69만 명이 줄었다는 얘기다. 청년층의 실질적인 실업률은 26.5%에 이르렀다. 무섭다.
일자리는 모름지기 투자에 의해서만 생긴다. 투자는 수익 전망이 보일 때만 일어난다. 정부 돈을 풀어 내수가 살아나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일본에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철옹성 같은 토지 이용 규제를 비롯한 온갖 규제와 주요 서비스산업의 수익성을 파괴하는 가격 규제, 어떻게든지 사람을 덜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런 온갖 규제를 풀지 않으면 내수가 일어난다 해도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으니 더 문제다.
이제 더 이상 정부와 국회를 믿고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다.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그 첫 번째가 대기업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채용을 최대한 개별화하는 것이다. 대기업 그룹들이 연간 필요한 인력을 대학 졸업 시즌을 전후해 한꺼번에 뽑아 계열사에 배치하는 현재의 채용 방식은 노동시장 경직성의 토양이 되고 있다.
해고하기가 너무 어려운 경직성은 법을 바꾸기 전에는 어쩔 수 없지만 임금체계의 경직성은 우리 기업 경영자들 탓도 크다. 일제의 잔재라고도 볼 수 있는 호봉제를 청산하는 데 게을렀던 탓에 아직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호봉제 유지는 정년연장법 위반
정부·국회가 해줄거라 기대 말고
노사 담판 지어 임금체계 바꿔야
필자는 한 3년 외국 기업에 근무한 적이 있다. 우리로 치면 부장급이 채용의 전권을 행사하며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을 뽑아서 쓰고, 보수 수준도 개별적으로 정해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끼리도 서로 보수를 모르게 하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이 고용·임금 유연성의 참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조도 강성 투쟁을 하기 어렵고 파업을 해도 참여율이 높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법, 노동운동이라는 것이 원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전제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정기공채와 호봉제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경직적인 노동법제를 사무직에게도 전이시키는 온상을 제공한 셈이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공채 폐지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작년에 현대자동차가 정기공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올 들어 SK, KT가 점진적으로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LG그룹도 공채를 없애고 현업 부서별로 수시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한 해 수천 명의 신입사원을 같은 필기시험을 봐서 한꺼번에 뽑는다는 것이 인력 수요가 점점 더 전문화·다양화·세분화돼 가는 시대에 얼마나 부적절한 일인지를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이다.
대기업 공채 폐지는 중기에도 得
한걸음 더 나아가 일류 대기업들은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적어도 5년 이상 다른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부서별로 필요할 때 개별적으로 채용하는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 중소기업이 기껏 훈련시켜놓은 사람을 뽑아 간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써 볼 수도 없는 고급 인력을 5년간이라도 써 볼 기회를 갖게 되고, 일류 그룹에 뽑혀 가려면 일단 취업한 기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대기업에 자기 회사 출신을 심어 놓아서 득이 될 일도 많을 것이고…. 이래저래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당장 필요도 없는 인력을 정기 공채 때 미리 뽑아 연수나 시키고 있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구경하기도 힘든, 지금 상황보다는 모두에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케케묵은 호봉제, 무책임한 국회 탓
노동개혁을 위해 기업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두 번째는 임금체계 개편이다. 낡은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 성과급, 직무급 등 다양한 임금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임금체계라도 유연하게 되면 굳이 해고할 이유도 많이 줄어든다. 경영 여건이 나빠져 할 일이 줄었을 때 일부 해고를 하는 대신 전체의 성과급을 조정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임금체계 개편을 하지 않고 케케묵은 호봉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법 위반이기도 하다. 국회는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 법을 통과시키면서 ‘19조의 2’를 신설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임금체계 개편’은 호봉제를 대체하는 직무급, 연봉제 등 유연한 임금제도의 도입을 의미하고 ‘필요한 조치’는 임금피크제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단지 벌칙이 없다고 아무도 실천에 옮기지 않았고 그냥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원죄는 물론 무책임한 국회에 있다. 19조의 2는 ‘정년이 연장된 기간 중에는 그 전 임금의 30%를 삭감하고 기업은 이 삭감된 30%로 청년 1명을 고용해야 한다. (호봉제 아래서 퇴직할 때의 임금은 취업할 때의 세 배 정도가 보통이다) 그리고 호봉제는 3년 내 폐지하고 연봉제, 직무급, 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새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했어야 한다.
아예 정년 폐지도 못할 이유 없어
조만간 정년 연장 논의가 또 있을 것이다. 정년이라는 것은 해고도 임금조정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유 없이 해고해도 되는 최소한의 출구’를 만들어 주지 않을 수 없어 생긴 제도다. 임금체계만 유연해도 애당초 필요 없는 제도다. 어쨌든 지금의 수명 연장 추세를 감안할 때 연금 재정의 파산을 막으려면 일하는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데, 국회가 이번에는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자못 의문이 든다.
그 전에 기업 주도로 임금체계 개편을 이뤄야 한다. 법에 ‘해야 한다’고 돼 있는 것을 시도도 하지 않고 정부나 국회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기다려서만은 안 된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면서 노조로부터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유연한 임금체계를 상응하는 양보로 받아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더 큰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면 아예 정년을 폐지하는 것도 못할 이유가 없다.
기취업자만 보호하는 정책 그만해야
정부와 국회도 제발 이제는 기취업자만을 위하지 말고 미취업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할 제도 개선을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최근 10년 동안 법원에 의한 통상임금 범위 대폭 확대, 국회에 의한 정년 60세 의무화, 행정부에 의한 최저임금의 고속 인상, 주휴 수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보험료 인상 등 노동계가 요구하는 것을 너무 많이 들어주었다. 하나같이 기취업자를 위한 것들이다. 노동도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고용 창출에 실패한 이유다.
이런 엄청난 선물을 줄 때마다 그 대가로 조금씩이라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했어야 한다.
앞으로는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 등 이미 취업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일을 할 때마다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게 유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조치를 ‘현찰로’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고용 창출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임금체계 개편 기회로
노동 관계의 모든 규제는 사용자를 1차적으로 구속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근로자도 같이 구속할 수밖에 없다. 시킬 일이 없어도 해고를 못하고 임금도 깎지 못하는 것이 채용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라는 것을 미취업 젊은이들이 알면 뭐라고 할 것 같은가? 일이 없으면 해고해도 좋고 일이 줄면 임금을 일부 깎아도 좋으니 취직을 시켜주면 좋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사용자만 구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못한 조건으로라도 취직하고 싶은’ 미취업 젊은이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측이나 근로자 측이나 모두 회사 사무실에 나와 있는 시간이 다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바보가 아니라면 깨달았을 것이다. 근무시간을 측정하고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준다는 생각을 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집에서 근무하든 어디서 근무하든 일정한 일을 해낸 데 대해 응분의 임금이 지급된다는 생각은 직무급, 연봉제의 기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병원 < 안민정책포럼 이사장(경총 명예회장) >
5월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39만 명 감소했다. 나라에서 월 27만원을 준다는 ‘소일거리 취업’ 숫자가 대다수인 60대에서 30만 명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5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69만 명이 줄었다는 얘기다. 청년층의 실질적인 실업률은 26.5%에 이르렀다. 무섭다.
일자리는 모름지기 투자에 의해서만 생긴다. 투자는 수익 전망이 보일 때만 일어난다. 정부 돈을 풀어 내수가 살아나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일본에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철옹성 같은 토지 이용 규제를 비롯한 온갖 규제와 주요 서비스산업의 수익성을 파괴하는 가격 규제, 어떻게든지 사람을 덜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런 온갖 규제를 풀지 않으면 내수가 일어난다 해도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으니 더 문제다.
이제 더 이상 정부와 국회를 믿고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다.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그 첫 번째가 대기업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채용을 최대한 개별화하는 것이다. 대기업 그룹들이 연간 필요한 인력을 대학 졸업 시즌을 전후해 한꺼번에 뽑아 계열사에 배치하는 현재의 채용 방식은 노동시장 경직성의 토양이 되고 있다.
해고하기가 너무 어려운 경직성은 법을 바꾸기 전에는 어쩔 수 없지만 임금체계의 경직성은 우리 기업 경영자들 탓도 크다. 일제의 잔재라고도 볼 수 있는 호봉제를 청산하는 데 게을렀던 탓에 아직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호봉제 유지는 정년연장법 위반
정부·국회가 해줄거라 기대 말고
노사 담판 지어 임금체계 바꿔야
필자는 한 3년 외국 기업에 근무한 적이 있다. 우리로 치면 부장급이 채용의 전권을 행사하며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을 뽑아서 쓰고, 보수 수준도 개별적으로 정해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끼리도 서로 보수를 모르게 하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이 고용·임금 유연성의 참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조도 강성 투쟁을 하기 어렵고 파업을 해도 참여율이 높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법, 노동운동이라는 것이 원래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전제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정기공채와 호봉제가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경직적인 노동법제를 사무직에게도 전이시키는 온상을 제공한 셈이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공채 폐지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작년에 현대자동차가 정기공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올 들어 SK, KT가 점진적으로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LG그룹도 공채를 없애고 현업 부서별로 수시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한 해 수천 명의 신입사원을 같은 필기시험을 봐서 한꺼번에 뽑는다는 것이 인력 수요가 점점 더 전문화·다양화·세분화돼 가는 시대에 얼마나 부적절한 일인지를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이다.
대기업 공채 폐지는 중기에도 得
한걸음 더 나아가 일류 대기업들은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적어도 5년 이상 다른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부서별로 필요할 때 개별적으로 채용하는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 중소기업이 기껏 훈련시켜놓은 사람을 뽑아 간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써 볼 수도 없는 고급 인력을 5년간이라도 써 볼 기회를 갖게 되고, 일류 그룹에 뽑혀 가려면 일단 취업한 기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대기업에 자기 회사 출신을 심어 놓아서 득이 될 일도 많을 것이고…. 이래저래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당장 필요도 없는 인력을 정기 공채 때 미리 뽑아 연수나 시키고 있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구경하기도 힘든, 지금 상황보다는 모두에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케케묵은 호봉제, 무책임한 국회 탓
노동개혁을 위해 기업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두 번째는 임금체계 개편이다. 낡은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 성과급, 직무급 등 다양한 임금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임금체계라도 유연하게 되면 굳이 해고할 이유도 많이 줄어든다. 경영 여건이 나빠져 할 일이 줄었을 때 일부 해고를 하는 대신 전체의 성과급을 조정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임금체계 개편을 하지 않고 케케묵은 호봉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법 위반이기도 하다. 국회는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 법을 통과시키면서 ‘19조의 2’를 신설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임금체계 개편’은 호봉제를 대체하는 직무급, 연봉제 등 유연한 임금제도의 도입을 의미하고 ‘필요한 조치’는 임금피크제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단지 벌칙이 없다고 아무도 실천에 옮기지 않았고 그냥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원죄는 물론 무책임한 국회에 있다. 19조의 2는 ‘정년이 연장된 기간 중에는 그 전 임금의 30%를 삭감하고 기업은 이 삭감된 30%로 청년 1명을 고용해야 한다. (호봉제 아래서 퇴직할 때의 임금은 취업할 때의 세 배 정도가 보통이다) 그리고 호봉제는 3년 내 폐지하고 연봉제, 직무급, 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새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했어야 한다.
아예 정년 폐지도 못할 이유 없어
조만간 정년 연장 논의가 또 있을 것이다. 정년이라는 것은 해고도 임금조정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유 없이 해고해도 되는 최소한의 출구’를 만들어 주지 않을 수 없어 생긴 제도다. 임금체계만 유연해도 애당초 필요 없는 제도다. 어쨌든 지금의 수명 연장 추세를 감안할 때 연금 재정의 파산을 막으려면 일하는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데, 국회가 이번에는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자못 의문이 든다.
그 전에 기업 주도로 임금체계 개편을 이뤄야 한다. 법에 ‘해야 한다’고 돼 있는 것을 시도도 하지 않고 정부나 국회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기다려서만은 안 된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면서 노조로부터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유연한 임금체계를 상응하는 양보로 받아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더 큰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면 아예 정년을 폐지하는 것도 못할 이유가 없다.
기취업자만 보호하는 정책 그만해야
정부와 국회도 제발 이제는 기취업자만을 위하지 말고 미취업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할 제도 개선을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최근 10년 동안 법원에 의한 통상임금 범위 대폭 확대, 국회에 의한 정년 60세 의무화, 행정부에 의한 최저임금의 고속 인상, 주휴 수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보험료 인상 등 노동계가 요구하는 것을 너무 많이 들어주었다. 하나같이 기취업자를 위한 것들이다. 노동도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고용 창출에 실패한 이유다.
이런 엄청난 선물을 줄 때마다 그 대가로 조금씩이라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했어야 한다.
앞으로는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 등 이미 취업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일을 할 때마다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게 유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조치를 ‘현찰로’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고용 창출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임금체계 개편 기회로
노동 관계의 모든 규제는 사용자를 1차적으로 구속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근로자도 같이 구속할 수밖에 없다. 시킬 일이 없어도 해고를 못하고 임금도 깎지 못하는 것이 채용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라는 것을 미취업 젊은이들이 알면 뭐라고 할 것 같은가? 일이 없으면 해고해도 좋고 일이 줄면 임금을 일부 깎아도 좋으니 취직을 시켜주면 좋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사용자만 구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못한 조건으로라도 취직하고 싶은’ 미취업 젊은이들의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측이나 근로자 측이나 모두 회사 사무실에 나와 있는 시간이 다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바보가 아니라면 깨달았을 것이다. 근무시간을 측정하고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준다는 생각을 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집에서 근무하든 어디서 근무하든 일정한 일을 해낸 데 대해 응분의 임금이 지급된다는 생각은 직무급, 연봉제의 기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병원 < 안민정책포럼 이사장(경총 명예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