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진영 감독은 영화 '사라진 시간'의 혹평을 예상했을까.

18일 영화 '사라진 시간'이 개봉하자 많은 관람객들은 "내 시간이 사라졌다", "결말 보는 내내 내 두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영화", "제목이 현실이 되는 영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정진영 감독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고 '모르겠다'는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며 "영화를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제대로 보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하루 아침에 한 남자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신선한 설정과 과연 형구가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는 색다른 재미다.

정 감독은 "애초에 안전한 규칙대로 가려고 한 작품이 아니다. 그저 자유롭게 쓴 작품이다. 더 많은 관객이 한번에 와닿는 영화가 아니라 한 템포, 두 템포 뒤 생각나는 영화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야기 자체는 아라비안 나이트 같다. 스토리는 쉽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시작해 갑자기 끝나는 형식을 처음부터 정했다. 놀랐다는 반응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래야 할 것 같았다.옳고 그름을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영화다. '사라진 시간'의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는 현실에 없는 설정들을 영화 안에 넣었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을 어려워할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르게 묘사하고 싶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석은 자유로운 것이다. 이제 영화는 제 손을 떠났다"고 귀띔했다.

정진영은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후 연극, 영화, 드라마, 시사교양 등 다방면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감독'은 정진영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연출을 수십년이 지나 '사라진 시간'을 통해 펼치게 됐다.

정진영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타인이 규정한 삶과 자신이 바라보는 삶, 부조리한 간극 속에 놓인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기존 상업영화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하는 패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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