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논밭과 군사시설이 전부…북 근로자들과 밤새워가며 작업"
이정택 전 현대아산 초대 개성사업소장 '北 개성 폭파' 심경 토로

"2003년 개성에 상주하면서 수천 명의 북한 사람들과 밤낮으로 고생하면서 쌓았던 공든 탑이 한순간에 사라진 느낌입니다.

"
한반도 화해·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건설 과정을 초기부터 북한 땅에서 모두 총괄했던 이정택(56) 전 현대아산 초대 개성사업소장은 19일 연합뉴스 기자에 최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촉발된 남북한 간 긴장과 관련해 착잡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개성공단 건설 총괄 기업인 "공든 탑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
현재 국내 한 기업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전 소장은 2003년 8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현대아산 개성사업소 총괄 책임자로 몸담으며 개성공단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는 800여일 넘도록 개성에 상주하며 건설공사를 총지휘해 개성공단이 태어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은 2007년 12월 준공한 4층짜리 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전 소장이 책임자로 재직했을 2005년에는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가 개성공단 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부속건물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이번에 폭파한 건물과 이 전 소장은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땀 흘려가며 일궜던 개성공단이 최근까지 사실상 방치된 데 이어 최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소식에 안타까움이 상당한 듯 보였다.

이 전 소장은 "처음 개성 땅에 갔을 때는 논하고 밭, 군사시설 등이 다였다"면서 "100만평에 가까운 땅을 공단으로 바꾼다는 게 말이 쉽지 한순간에 이뤄질 수 없는 사업이었다"며 이야기했다.

이 전 소장은 "개성공단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서 북한 근로자 수천 명과 함께 수시로 밤을 새워가면서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힘들었지만, 남북 최초의 경제공동체를 창출하는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전 소장은 "공사를 하려면 중장비를 다룰 인력이 필요했는데 이를 제대로 다룰 근로자가 없어서 초기에는 평양에서 숙련된 운전자들이 내려와서 현지 주민들을 직접 교육하기도 했다"면서 어려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개성공단 건설 총괄 기업인 "공든 탑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측 간 '공업지구개발에 관한 합의서' 채택으로 시작됐다.

현대아산은 1단계 3.3㎢(100만평), 2단계 8.3㎢(250만평), 3단계 18.2㎢(550만평) 및 개성시·확장구역 36.3㎢(1천100만평) 등 총 3단계에 걸쳐 66.1㎢(2천만평)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공사가 진척되지 못하면서 2단계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북한은 공단 건설을 위해 사업부지에 있던 군부대 건물 등 군사시설을 모두 외곽으로 재배치할 정도로 개성공단 건설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군부대 주둔 계획을 밝히면서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했던 남북한 경제공동체가 10여 년 만에 다시 군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전 소장은 현재의 위기가 잘 해결돼 국내 기업들이 자유롭게 북한에서 사업하는 날을 꿈꿨다.

이 전 소장은 "당시 개성공단 건설은 남북 모두가 최초로 경제공동체를 창조하는 일이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잘 해결했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이 위기가 극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정부의 고위공무원들을 교육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개성공단 건설 총괄 기업인 "공든 탑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