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부터 '010번호 통합정책' 시행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용자 수도 급감
일부 이용자들 SKT 상대 민사소송 제기
KT에 이어 SK텔레콤이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 절치를 밟으면서 011·017·018 등 '01X' 번호를 유지하고 있는 가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사용한 만큼 각각 다양한 이유로 번호 사용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이통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SK텔레콤의 2G 서비스 폐지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6일부터 장비 노후화가 심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2G 사용자는 더 이상 통화나 문자를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01X'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010 번호 통합에 반대하는 '010통합반대 운동본부' 카페에 따르면 '01X' 번호를 이용하고 있는 한 사용자는 "1998년부터 초중고 학창시절을 함께했고 대학 합격, 직장 면접 합격 전화를 받고 군에 있던 친구들이 연락통으로 썼던 번호다. 서브(보조)로 010 번호 받아 가며 지켰던 01X 번호를 이제 보내야 하냐"라고 했다.
한 사용자는 "제 번호에 대한 애정과 삶이 녹아있다"며 "중·고·대학교 친구들이 유일하게 외우는 번호는 내 번호밖에 없고, 번호를 바꾸지 않은 덕에 다시 만남을 갖게 된 지인, 5살 때부터 제 번호를 외우고 다닌 다 커버린 딸, 이런 사연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린다니 먹먹해진다"라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01X 폐지로 아예 폐업까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20년 가까이 영업했는데 다들 기존 번호로 전화를 한다. 앞으로 고객이 많이 이탈할 것 같다.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 하더라도 승산이 없기 때문에 막막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2004년부터 정부가 이용자의 번호인식 혼란, 특정 사업자에 대한 번호 브랜드화 등을 이유로 '010번호 통합정책'를 시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는 이미 2012년 3월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1월 2G 서비스 폐지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삼수 끝에 결국 2G 서비스 폐지를 승인 받았다. 이제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만이 2G 서비스를 유지하게 됐다.
2G 사용자들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현재 2G 서비스 가입자가 SK텔레콤에는 38만명, LG유플러스에는 47만명이다. 2G 이용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되던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수요를 고려하면 집계된 숫자보다 더 적은 이들이 2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사 입장에선 2G 서비스 제공이 더 이상 어려운 상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망 노후화에 따른 기기 고장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수리할 부품도 없고, 이를 생산하는 업체도 이제 없다"며 "미리 확보하고 있는 재고로 버텨왔는데 이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은 2G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마련했다. 01X 번호유지를 희망하는 경우 내년 6월까지 무료로 상대 휴대폰에 기존 01X 번호로 표시되며, 이 번호로 전화와 문자를 수신할 수 있다.
또 기존 2G 가입자가 3세대(3G)나 LTE 등으로 바꿔 이용할 경우 2년간 △단말 구매지원형(30만원의 단말 구매 지원금과 24개월간 매월 요금 1만원 할인) △요금할인형 서비스 전환 프로그램(24개월간 매월 사용 요금제 70% 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할당한 2G 주파수 800㎒ 사용 기한인 내년 6월 이전에 2G 서비스 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LG유플러스 입장에선 고민이 깊다. 2G 서비스 종료를 반대하는 일부 이용자들이 통신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만큼 반대 입장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일부 이용자들로부터 민사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원고측(이용자들)이 1심에서 패소한 뒤 오는 24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KT도 일부 이용자들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용자들의 청구가 기각된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 관련 민사소송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2G 서비스 종료 여부 결정을 하지 못했다"면서 "B2B 가입자를 고려하면 2G 잔존 가입자 부담은 크지 않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있으니 신중히 결정해 이르면 하반기께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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