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번엔 이란 핵 문제 두고 기싸움
최근 양국간 무역과 화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놓고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이란 핵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시설 사찰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이란을 두둔하는 입장을 확고히 해서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5장 분량 성명서를 제출했다. 최근 미국 등이 요구한 이란 핵 사찰 범위 확대를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IAEA는 올초부터 이란이 핵 시설에 대해 IAEA 사찰단의 방문을 추가로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0년대 초 핵물질로 소규모 연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두 곳을 방문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반면 이란은 지금도 IAEA에게 최고 수준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란과 IAEA간 평행선이 이어지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3국은 이달 초 이란의 IAEA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놨다. 미국은 이 결의안을 수용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앞서 밝혔다.

중국 IAEA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이란) 사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 때문"이라며 "결의안이 통과되면 2015년 이란핵합의는 사실상 끝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미국이 서로 세력 범위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이번 논란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美·中 이번엔 이란 핵 문제 두고 기싸움
IAEA는 이란의 핵 관련 시설 두 곳에 대해 즉각 사찰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IAEA 이사회 화상회의에서 "이란은 4개월 넘게 핵물질과 핵 활동 관련 장소 두 곳에 IAEA가 접근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IAEA는 지난 5일엔 회원국에 배포한 서류를 통해 같은 주장을 했다.

반면 이란은 IAEA의 사찰 요구가 이스라엘과 미국 등 정보기관이 조작한 '거짓 정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IAEA 이사회는 미국의 괴롭힘에 맞서야 한다"며 "회원국의 의무를 놓고 정치적으로 굴면 신뢰만 깎이고 세계 정세의 불안정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결의안을 낸 유럽 3국은 이란핵합의 당사국이다. 이란핵합의는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체결했다. 이란이 핵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란에 경제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 뼈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핵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없다면서 2018년 5월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