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0시 집계 17명, 68일 만에 최고치…이달들어 5차례 두 자릿수
해외유입 많아지면 방역-의료체계 부담…"입국제한 등 고민해야"
방글라데시 누적확진자 10만명 육박…"기내보단 현지 감염 추정"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 '비상'…방글라데시발 항공편 무더기 확진(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과 대전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확산 중인 가운데 해외유입 감염자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 방역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 같은 항공기를 타고 입국한 7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기내에서는 공기를 아래로 흐르게 하는 순환 방식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항공기 탑승자들이 이착륙 과정에서 접촉했을 수도 있는 데다 방글라데시 현지의 코로나19 감염도 만연했을 가능성이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관련 확진자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모든 입국자가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경우 이동과정에서의 지역사회 노출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현실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항공편 관련 확진자는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다.

◇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세…아시아·중동 유입 비중↑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는 17명으로, 지난 4월 12일(24명) 이후 68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유럽과 미주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한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무더기로 발생하다 4월 중순 들어서는 대체로 하루 10명 아래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아시아와 중동 국가에서 유입되는 사례가 늘면서 해외유입 확진자 발생 그래프도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이달에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날도 벌써 5차례에 달한다.

지난 12일 13명에 이어 15일∼16일 각 13명, 17일 12명, 19일 17명 등이다.

방역당국은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재확산 흐름과 맞물려 해외유입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금어기가 해제되면서 원양어선이나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득영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해외입국관리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내 산업 수요에 따라 최근 해외 입국자가 늘고 있다.

금어기가 풀리면서 원양 어선, 그리고 농업 분야 계절 노동자가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유입된 지역을 보면 중국 이외 아시아와 중동 지역 비중이 늘고 있다.

일부 중동 국가를 포함한 아시아(중국 제외) 지역 비율은 이달 1일 17.8%에서 이날 21.6%로 3.8%포인트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미주는 42.4%에서 41.2%, 유럽은 37.6%에서 34.7%로 각각 1.2%포인트, 2.9%포인트 하락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동남아시아나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코로나19(감염자)가) 워낙 늘어나다 보니 감염 사례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 '비상'…방글라데시발 항공편 무더기 확진(종합)
◇ "방글라데시발 항공기 이용객 7명 확진…기내보다 현지서 감염됐을 가능성"
방글라데시아발 항공기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것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방역당국과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 32분께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대한항공 KE9656 항공편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7명 가운데 3명은 제주도에서 확진된 방글라데시인 유학생이고, 1명은 전북도에서 확진된 30대 방글라데시인이다.

또 인천에서도 30대 방글라데시인이 확진됐고, 경기도에서는 파주 외국인 근로자와 남양주 거주 내국인 10대가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이들의 감염경로에 대해 "기내 감염이나 입국 과정에서 감염됐다기보다는 해당 국가에서 감염된 상태 또는 무증상이나 경증상태로 입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방글라데시 누적 확진자는 전날 기준 9만4천481명으로 10만명에 육박한다.

중국(8만3천293명), 싱가포르(4만1천216명), 인도네시아(4만400명), 필리핀(2만6천781명)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많고 일일 신규확진자도 최근 사흘(16∼18일) 연속 3천명씩 나오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 발생 자체도 많지만,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이른바 '숨은 감염자'도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만약 이들 중 일부라도 무증상 상태에서 국내로 들어올 경우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설령 검역과정 또는 2주 자가격리를 통해 지역사회 노출을 막더라도 확진자 자체가 늘어나면 국내 방역 및 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는 일부 중증환자들만 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현지에) 폭발적인 감염이 있을 수 있다"며 "입국제한 등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런 조치가 안 된다면 꼭 입국이 필요한 사람은 음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받는 방법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