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왕이나 군주들의 대관식 때 사용하는 왕관은 2㎏이 넘었다고 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는 1953년 대관식을 회상하며 ‘왕관이 너무 무거워 고개 숙이면 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고 하기도 했다. 왕관 자체의 무게도 무게지만 정치적 판단의 고충 등 일반인들은 모르는 심적 무게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연 0.5%. 시중은행 정기예금(1년)도 연 1% 금리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저금리 현상이 심화될수록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시장 분위기 속에서 성급한 투자 결정은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가격 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하책(下策)일 수 있다. 여유자금이면서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면 때를 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국내외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붐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다만 동전 던지기와 같은 무모함이 아니라 평소 본인이 잘 아는 기업에 대한 믿음과 인내가 전제가 된다면 다르다. 국내외 다양한 기업(주식)에 대한 투자는 스마트한 베팅일 수 있다.

우량 국공채를 기반으로 해외기술주·국내성장주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연 0%대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국채를, 장기 수익 기회를 목적으로 국내외 성장주식(소프트웨어, 전기차·2차전지, 바이오업종 등)을 추천한다. 만약 10년 만기 국채를 매수해서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연 1.3%의 수익(매년 두 번씩 지급되는 약정이자를 포함한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국채는 만기 보유를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 현금 필요 시 원활한 중도 매도를 통한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분산투자 전략은 금과옥조다. 투자지역, 투자자산, 투자기간을 다변화하면 예기치 못한 가격 하락을 인내할 수 있다. 장기간 위험 감내에 대한 보상과 그 부산물로 배움과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말이 있다. 깊은 고뇌보다는 빠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기성 < KB증권 WM스타자문단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