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을 수사해온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이 법무장관의 공개 압박 속에 결국 물러났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버먼 지검장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교체 방침을 공개한지 하루만이다.

바 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버먼 지검장 교체 방침을 공개했다. 곧이어 백악관은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장이 후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직후만해도 버먼 지검장은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버텼다. 그러자 바 장관은 버먼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신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오늘부로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이어 후임 지검장이 상원에서 인준될 때까지 버먼의 차석인 오드리 스트라우스가 지검장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 장관은 버먼 지검장 교체 사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미 언론은 버먼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 수사를 지휘해온 점에 주목했다. 버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했던 마이클 코언을 기소해 3년형을 받게 했다. 기업가 시절 트럼프와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여성 2명이 2016년 대선 기간에 입을 다물도록 돈을 지불한 혐의다.

버먼은 트럼프 재단의 선거자금법 위반을 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먼을 '눈엣가시'로 여겼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 지검장을 왜 해임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라며 "법무장관이 그 문제를 맡고 있고,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버먼은 트럼프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공화당 지지자다. 지검장 임명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면접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지만 취임 후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수사 지휘로 검사들의 신망을 얻었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