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엘 "30兆 세계 혈액선별 시장 공략…수년 내 점유율 10% 달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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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피씨엘 대표
헌혈받은 피 검사하는 데 필요한
검사기기·진단시약 시장 정조준
'하이수' 韓·獨 5개 질병 동시진단 허가
진단키트로 4월에만 400억 매출
연말 다중진단제품 선보일 것
헌혈받은 피 검사하는 데 필요한
검사기기·진단시약 시장 정조준
'하이수' 韓·獨 5개 질병 동시진단 허가
진단키트로 4월에만 400억 매출
연말 다중진단제품 선보일 것
“어제도 새벽 3시쯤 퇴근했어요. 중동 남미 미국 등 해외 바이어들과 전화나 화상 미팅을 하다 보니 시차 때문에 2개월 넘게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루 3시간 정도밖에 못 자지만 힘이 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이젠 세계 진단업계에 피씨엘을 모르는 사람이 없거든요.”
최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소연 피씨엘 대표(49·사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 퍼졌던 코로나19가 남미 서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진단키트 주문 상담이 끊이지 않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했다.
피씨엘은 코로나19를 판별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진단 기술을 모두 확보한 진단 전문업체다.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항원·항체 진단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다. RT-PCR과 항체 진단키트 제품을 갖춘 곳은 많지만 항원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국내 진단업체는 아직 서너 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발하기 어려워서다. 김 대표는 “세계 진단 시장의 최강자인 로슈 애보트 등에 맞설 수 있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흔들어놓겠다”고 했다.
최근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되기 시작한 압타머는 일종의 항체다. DNA 또는 RNA(리보핵산)만으로 구성된 압타머는 단백질보다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뛰어나다. 일반 항체는 단백질로 구성된 3차원 구조여서 표면 환경이 변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활성도가 떨어지고 모양도 바뀐다. 압타머가 기존 항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으로 기대받는 이유다.
유학을 마치고 2001년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에 입사한 김 대표는 C형 간염 진단 연구를 주로 했다. 2004년 동국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압타머 연구를 다시 했다.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 툴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환경진단부터 시작했다. 당시 새집증후군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환경호르몬을 진단하고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압타머 기반의 세계 최초 미세 오염물질 진단기였어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기술 표준 제정에 영향을 줄 만큼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았죠.”
“루미넥스 제품은 진단 절차가 복잡했어요. 정밀 진단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질병 여부를 간단히 스크린하는 데는 부적합했죠. 여러 질병을 동시에 신속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피씨엘의 핵심 기술인 솔겔(Sol-Gel) 개발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 당시 씨젠 등이 RT-PCR 기반 분자진단에서는 다중 진단 제품을 내놨지만 면역진단 분야는 단일 진단 제품밖에 없었다. 솔겔의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2008년 피씨엘을 세웠다.
30개국에 특허를 낸 솔겔은 3차원 구조의 다중 체외 면역진단 플랫폼이다. 바이오 구조물을 세운 뒤 그물을 쳐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단백질을 가둬놓는 3차원 기술이 기반이 되는 진단법이다. 단백질이 바닥에 붙어 있지 않고 떠 있다 보니 항원과 잘 반응한다. 그는 “기존 2차원 진단 기술은 항체를 바닥에 붙여두고 항원 반응을 본다”며 “항원과 만나 반응하는 부위(항체의 리셉터)가 바닥에 붙어 있는 경우 항원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1970년대 개발된 진단 기술인 엘리사는 2차원 진단 기술이다. 원재료인 항체가 최종 공정을 거친 뒤 항원 반응하는 비율은 1% 수준이다. 1980년대 나온 클리아도 5% 수준으로 낮다.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항체를 그만큼 많이 써야 한다는 얘기다. 솔겔은 반응률이 60%를 넘는다. 항체 15개를 원재료로 사용하면 10개 정도가 항원 반응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원가 비중이 큰 항원이나 항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며 “민감도도 기존 기술 대비 1000배가량 높다”고 했다.
솔겔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혈액에 섞여 있는 각종 찌꺼기 때문에 특이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3차원 구조 덕에 진단에 필요한 단백질은 걸러지고 다른 찌꺼기는 그물망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최대 12종의 질병과 혈액형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질병마다 단백질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일곱 가지 형태로 개발했다”며 “솔겔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간섭현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피씨엘이 2016년 허가받은 혈액선별기 하이수(HiSU)는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세계 혈액원 관계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그는 “애보트 로슈 클리포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나란히 제품을 발표했는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애보트 제품 이후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고 했다.
혈액 선별은 통상 헌혈 후 17시간 안에 이뤄진다. 더 지체되면 혈장 등을 분리하기 어려워져서다. 이 때문에 혈액선별기는 값싼 진단시약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 검사하는 게 경쟁 포인트다. 허가 기준도 까다롭다. 샘플 5000개를 진단해 100% 맞혀야 허가를 내준다. 김 대표는 “한국과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5개 질병을 동시 진단하는 제품으로 허가받았다”고 했다. 혈액선별기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기기를 한번 납품하면 전용 시약을 통상 5년인 계약기간 동안 독점 공급한다는 점이다. 그는 “혈액선별기와 전용 시약을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에 한번 거래가 터지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 진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납품 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 혈액원들이 구매를 꺼렸다. 그는 “제품력이 좋은데 왜 한국 혈액원에서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피씨엘은 그동안 국내 헌혈 시장의 95%를 장악한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 하이수를 납품하려 했으나 허사였다. 외산 제품만 쓰고 있어서다. 2년 전 입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특정 외산 제품에 맞게 입찰 조건을 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씨엘은 최근 기회를 잡았다. 조달청의 기술혁신 시제품 구매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다. 이 덕분에 최근 대한산업보건협회 산하 한마음혈액원에 대당 3억원가량인 하이수 1대를 납품했다. 허가 4년 만의 첫 성과다. 김 대표는 “조만간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선별기 입찰을 한다”며 “정부의 국산 혁신제품 보급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는 납품을 기대한다”고 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선다. 그는 “러시아 인도 이집트 등에서 하이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국내에서 첫 납품이 이뤄진 만큼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세계 혈액선별기 시장점유율 10%가 목표”라며 “수년 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씨엘은 연말께 코로나19와 독감, 감기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다중 진단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코로나19, 독감,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구별하는 진단 수요가 늘 것”이라며 “현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암 신속 진단제품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간암 췌장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암 등 5개 암을 30분 안에 90%의 정확도로 한꺼번에 진단한다. 암 유무만을 가리는 기존 진단제품과 달리 암세포 양까지 측정해주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면 부작용 없는 감염병 백신과 압타머 기술을 활용한 인공혈액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로슈 같은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영업력에 맞서려면 카피 제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독자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매출 1조원이 넘는 세계 10위 체외진단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최근 서울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소연 피씨엘 대표(49·사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 퍼졌던 코로나19가 남미 서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진단키트 주문 상담이 끊이지 않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했다.
피씨엘은 코로나19를 판별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진단 기술을 모두 확보한 진단 전문업체다.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항원·항체 진단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다. RT-PCR과 항체 진단키트 제품을 갖춘 곳은 많지만 항원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국내 진단업체는 아직 서너 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발하기 어려워서다. 김 대표는 “세계 진단 시장의 최강자인 로슈 애보트 등에 맞설 수 있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흔들어놓겠다”고 했다.
진단시장 뛰어든 바이러스 전문가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인 김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학 실력이 뛰어나 중·고교 시절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한 그는 수학적 논리를 토대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였다. 사람 몸속 압타머를 이용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작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이런 방식의 연구는 세계에서 처음이었다.최근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되기 시작한 압타머는 일종의 항체다. DNA 또는 RNA(리보핵산)만으로 구성된 압타머는 단백질보다 크기가 작고 안정성이 뛰어나다. 일반 항체는 단백질로 구성된 3차원 구조여서 표면 환경이 변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활성도가 떨어지고 모양도 바뀐다. 압타머가 기존 항체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으로 기대받는 이유다.
유학을 마치고 2001년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에 입사한 김 대표는 C형 간염 진단 연구를 주로 했다. 2004년 동국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압타머 연구를 다시 했다.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 툴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환경진단부터 시작했다. 당시 새집증후군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환경호르몬을 진단하고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압타머 기반의 세계 최초 미세 오염물질 진단기였어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기술 표준 제정에 영향을 줄 만큼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았죠.”
국내에 다중 진단 시대 열다
체외진단 연구를 시작한 것도 교수에 임용되고 나서다. 당시 체외진단 시장은 1990년대 개발된 로슈 애보트 루미넥스 등 글로벌 기업 제품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 진단할 수 있는 다중 진단은 루미넥스 제품이 거의 유일했다.“루미넥스 제품은 진단 절차가 복잡했어요. 정밀 진단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질병 여부를 간단히 스크린하는 데는 부적합했죠. 여러 질병을 동시에 신속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피씨엘의 핵심 기술인 솔겔(Sol-Gel) 개발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 당시 씨젠 등이 RT-PCR 기반 분자진단에서는 다중 진단 제품을 내놨지만 면역진단 분야는 단일 진단 제품밖에 없었다. 솔겔의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2008년 피씨엘을 세웠다.
30개국에 특허를 낸 솔겔은 3차원 구조의 다중 체외 면역진단 플랫폼이다. 바이오 구조물을 세운 뒤 그물을 쳐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단백질을 가둬놓는 3차원 기술이 기반이 되는 진단법이다. 단백질이 바닥에 붙어 있지 않고 떠 있다 보니 항원과 잘 반응한다. 그는 “기존 2차원 진단 기술은 항체를 바닥에 붙여두고 항원 반응을 본다”며 “항원과 만나 반응하는 부위(항체의 리셉터)가 바닥에 붙어 있는 경우 항원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1970년대 개발된 진단 기술인 엘리사는 2차원 진단 기술이다. 원재료인 항체가 최종 공정을 거친 뒤 항원 반응하는 비율은 1% 수준이다. 1980년대 나온 클리아도 5% 수준으로 낮다.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항체를 그만큼 많이 써야 한다는 얘기다. 솔겔은 반응률이 60%를 넘는다. 항체 15개를 원재료로 사용하면 10개 정도가 항원 반응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원가 비중이 큰 항원이나 항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며 “민감도도 기존 기술 대비 1000배가량 높다”고 했다.
솔겔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혈액에 섞여 있는 각종 찌꺼기 때문에 특이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3차원 구조 덕에 진단에 필요한 단백질은 걸러지고 다른 찌꺼기는 그물망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최대 12종의 질병과 혈액형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질병마다 단백질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일곱 가지 형태로 개발했다”며 “솔겔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간섭현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혈액 선별 시장에 승부수”
피씨엘이 주력하는 시장은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세계 혈액 선별 시장이다. 각국의 혈액원이 헌혈 피를 검사하는 데 필요한 검사기기와 진단시약 시장이다. 헌혈받은 피는 에이즈, C형 간염, B형 간염, 매독, T세포 백혈병 등 5개 질병을 검사한다. 이 분야 최강자는 애보트다. 세계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제품은 5개 질병을 각각 검사하는 방식을 쓴다”며 “우리 제품은 5개 질병을 한꺼번에 진단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피씨엘이 2016년 허가받은 혈액선별기 하이수(HiSU)는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 세계 혈액원 관계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그는 “애보트 로슈 클리포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나란히 제품을 발표했는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애보트 제품 이후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고 했다.
혈액 선별은 통상 헌혈 후 17시간 안에 이뤄진다. 더 지체되면 혈장 등을 분리하기 어려워져서다. 이 때문에 혈액선별기는 값싼 진단시약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 검사하는 게 경쟁 포인트다. 허가 기준도 까다롭다. 샘플 5000개를 진단해 100% 맞혀야 허가를 내준다. 김 대표는 “한국과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5개 질병을 동시 진단하는 제품으로 허가받았다”고 했다. 혈액선별기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기기를 한번 납품하면 전용 시약을 통상 5년인 계약기간 동안 독점 공급한다는 점이다. 그는 “혈액선별기와 전용 시약을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에 한번 거래가 터지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장 진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납품 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 혈액원들이 구매를 꺼렸다. 그는 “제품력이 좋은데 왜 한국 혈액원에서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피씨엘은 그동안 국내 헌혈 시장의 95%를 장악한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 하이수를 납품하려 했으나 허사였다. 외산 제품만 쓰고 있어서다. 2년 전 입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특정 외산 제품에 맞게 입찰 조건을 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씨엘은 최근 기회를 잡았다. 조달청의 기술혁신 시제품 구매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다. 이 덕분에 최근 대한산업보건협회 산하 한마음혈액원에 대당 3억원가량인 하이수 1대를 납품했다. 허가 4년 만의 첫 성과다. 김 대표는 “조만간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선별기 입찰을 한다”며 “정부의 국산 혁신제품 보급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에는 납품을 기대한다”고 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선다. 그는 “러시아 인도 이집트 등에서 하이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국내에서 첫 납품이 이뤄진 만큼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세계 혈액선별기 시장점유율 10%가 목표”라며 “수년 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인공혈액에도 도전”
코로나19 수혜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3581만원에 그쳤던 이 회사는 올 4월에만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RT-PCR, 항체, 항원 진단키트 중 어떤 제품을 쓰는 게 좋은지 조언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며 “당장 수익에 치중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했다.피씨엘은 연말께 코로나19와 독감, 감기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다중 진단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코로나19, 독감,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구별하는 진단 수요가 늘 것”이라며 “현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암 신속 진단제품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간암 췌장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암 등 5개 암을 30분 안에 90%의 정확도로 한꺼번에 진단한다. 암 유무만을 가리는 기존 진단제품과 달리 암세포 양까지 측정해주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면 부작용 없는 감염병 백신과 압타머 기술을 활용한 인공혈액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로슈 같은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영업력에 맞서려면 카피 제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독자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매출 1조원이 넘는 세계 10위 체외진단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