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김환기(1913~1974)는 문예지 ‘현대문학’이 창간된 1955년부터 1972년까지 표지부터 삽화까지 모든 그림을 도맡아서 그렸다. 그에게 표지화나 삽화를 그리는 작업은 화단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자유롭게 조형실험을 하는 기회였다고 한다. 표지화나 삽화를 그리기 위해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과정이 새로운 실험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던 것이다. 소품이긴 하지만 예전 잡지에 실렸던 화가들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유영국 이대원 박서보 윤중식 박노수 이숙자 김형근 김구림 임직순 서세옥 최영림 문학진 등 한국 화단을 이끌어온 주요 작가들이 예전 잡지에 실었던 작품들이 경매에 나온다. 케이옥션이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세 차례 여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거장들의 소품(小品)전’이다.

이번 경매에는 1974~1991년 ‘월간중앙’ ‘문예중앙’ ‘계간미술’에 표지화 및 목차화로 사용된 작가 54명의 작품 180여 점이 나온다. 경매 시작가 합계는 약 1억7600만원. 대부분 소품이지만 당시 작가들이 주로 다뤘던 소재로 제작된 데다 소품을 통해 다양하게 시도하며 변화해간 양식을 비교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문예중앙 1980년 봄호에 실린 이대원의 ‘농원’(사진)은 1980년대 특유의 차분한 색감과 밀도 높은 점묘법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 잡지 1975년 2월호 목차와 10월호 표지를 장식한 유영국의 ‘산’은 가로 68㎝, 세로 8㎝의 특이한 형태여서 눈길을 끈다. 월간중앙 1975년 5월호에 실린 박서보의 ‘이집트에서’(가로 66㎝, 세로 6.5㎝)는 종이에 색연필로 그린 작품으로, 초기 묘법시대로 들어선 작가의 아기자기하고 색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월간중앙, 문예중앙에 실린 이두식의 작품들은 그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추상회화로 이행하기 전까지의 작품 경향을 보여준다.

경매 1차 마감은 오는 30일, 2차는 7월 14일, 3차는 28일 오후 4시. 프리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