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과외' 두 달…방호복 호흡기로 세계를 살린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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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이 장악한 시장 깨고 50여개국 수출
각국 외교부 나서 "수출해달라"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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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동식 호흡보호장치(PAPR)’를 생산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주복처럼 생긴 PAPR은 얼굴 전체를 덮어씌운 후드 안으로 바이러스를 걸러낸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오토스윙은 지난 4월 삼성전자의 ‘기술 과외’를 받은 뒤 전 세계 병원과 보건당국의 러브콜을 받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 4월 미국 시장을 뚫은 후 두 달 만에 수출국을 50여 개로 늘렸다. PAPR 시장의 80%를 장악해 ‘부동의 글로벌 1인자’로 꼽히는 3M의 아성마저 흔들고 있다.
PAPR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장시간 노출이 불가피한 의료진이나 방역담당자들에겐 ‘생명줄’ 역할을 하는 필수품이다. 특히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890만 명, 21일 기준)와 사망자(46만 명)의 4분의 1가량이 발생한 미국은 극심한 PAPR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3M의 주요 생산공장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데다 각국이 자국 내 수요 총족을 위해 방역물품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은 지난 4월 3M을 대신해 PAPR을 공급해 줄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오토스윙에 ‘SOS’를 쳤다.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PAPR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곧바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 병원은 오토스윙에 1800대의 PAPR을 주문했고, 이 병원 소속 사우디아라비아 병원도 최근 1400대를 추가 주문했다.
오토스윙은 미 위스콘신대병원에도 100대, 미 최대 소방유통업체(MESFIRE)에 60대를 잇따라 납품했다. MESFIRE엔 내달 5000대를 추가 납품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병원은 “품질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전 (3M) 제품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감사 편지를 오토스윙에 보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증이 까다로운 미국 시장이 열리자 전 세계 판로도 한꺼번에 뚫렸다. 오토스윙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에 모두 납품을 시작했고, 러시아 브라질 등 50여 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허문영 오토스윙 사장은 “세계 최고 병원의 극찬을 받으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복잡한 인증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수입에 나섰다”며 “일부 국가는 제품 확보를 위해 주한대사관과 외교부까지 동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대기업 오너는 최근 서울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를 찾아와 회사를 통째로 넘길 것을 제안하며 ‘백지수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오토스윙은 산업용 전자용접마스크 시장에서 3M과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개인보호 장비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다. 10년 전부터 PAPR을 제조했지만 매출은 크지 않았다. 아직까지 전 세계 대다수 병원엔 3M, MSA, 스캇 등 미국 업체들이 제조한 PAPR이 깔려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규 도입 물량에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부터 오토스윙에 대한 생산성·품질·물류혁신 작업을 진행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의 일환이었다.
PAPR 제품에도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오토스윙이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PAPR 의료용 호스의 국산화를 지원했다. 삼성이 고급 세탁기 호스를 만드는 전문업체를 연결시켜준 덕분이다. 또 PAPR 제품에 세계 최초로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를 부착해 공기량·필터 교체 시기·작업 시간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기술진 40여 명은 두 달간 오토스윙 공장에 상주하며 공정 절차도 뜯어고쳤다. 이 결과 30대 수준이던 오토스윙의 PAPR 하루 생산능력은 10배인 300대로 증가했고, 불량률은 5%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허 사장은 “그동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일을 부서 간 떠넘기던 내부 관행이 삼성의 지도를 받은 후 사라진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오토스윙은 지난 4월 삼성전자의 ‘기술 과외’를 받은 뒤 전 세계 병원과 보건당국의 러브콜을 받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 4월 미국 시장을 뚫은 후 두 달 만에 수출국을 50여 개로 늘렸다. PAPR 시장의 80%를 장악해 ‘부동의 글로벌 1인자’로 꼽히는 3M의 아성마저 흔들고 있다.
PAPR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장시간 노출이 불가피한 의료진이나 방역담당자들에겐 ‘생명줄’ 역할을 하는 필수품이다. 특히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890만 명, 21일 기준)와 사망자(46만 명)의 4분의 1가량이 발생한 미국은 극심한 PAPR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3M의 주요 생산공장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데다 각국이 자국 내 수요 총족을 위해 방역물품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은 지난 4월 3M을 대신해 PAPR을 공급해 줄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오토스윙에 ‘SOS’를 쳤다.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PAPR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곧바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 병원은 오토스윙에 1800대의 PAPR을 주문했고, 이 병원 소속 사우디아라비아 병원도 최근 1400대를 추가 주문했다.
오토스윙은 미 위스콘신대병원에도 100대, 미 최대 소방유통업체(MESFIRE)에 60대를 잇따라 납품했다. MESFIRE엔 내달 5000대를 추가 납품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병원은 “품질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전 (3M) 제품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감사 편지를 오토스윙에 보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증이 까다로운 미국 시장이 열리자 전 세계 판로도 한꺼번에 뚫렸다. 오토스윙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에 모두 납품을 시작했고, 러시아 브라질 등 50여 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허문영 오토스윙 사장은 “세계 최고 병원의 극찬을 받으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복잡한 인증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수입에 나섰다”며 “일부 국가는 제품 확보를 위해 주한대사관과 외교부까지 동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대기업 오너는 최근 서울 가산동 오토스윙 본사를 찾아와 회사를 통째로 넘길 것을 제안하며 ‘백지수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오토스윙은 산업용 전자용접마스크 시장에서 3M과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개인보호 장비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다. 10년 전부터 PAPR을 제조했지만 매출은 크지 않았다. 아직까지 전 세계 대다수 병원엔 3M, MSA, 스캇 등 미국 업체들이 제조한 PAPR이 깔려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규 도입 물량에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부터 오토스윙에 대한 생산성·품질·물류혁신 작업을 진행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의 일환이었다.
PAPR 제품에도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오토스윙이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PAPR 의료용 호스의 국산화를 지원했다. 삼성이 고급 세탁기 호스를 만드는 전문업체를 연결시켜준 덕분이다. 또 PAPR 제품에 세계 최초로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를 부착해 공기량·필터 교체 시기·작업 시간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기술진 40여 명은 두 달간 오토스윙 공장에 상주하며 공정 절차도 뜯어고쳤다. 이 결과 30대 수준이던 오토스윙의 PAPR 하루 생산능력은 10배인 300대로 증가했고, 불량률은 5%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허 사장은 “그동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일을 부서 간 떠넘기던 내부 관행이 삼성의 지도를 받은 후 사라진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