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비용, 기업가치 높이기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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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前 삼일회계법인 CEO
新외감법으로 신호탄 쏘아올린 회계개혁 작업
기업·감독당국·회계법인 '상생'으로 완성해야
표준화한 감사방법론, 한공회 주도로 모델 만들 것
IT 고도화 등 반영해 회계사 선발 인원 조정 필요
만난 사람=박해영 마켓인사이트 부장
김영식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前 삼일회계법인 CEO
新외감법으로 신호탄 쏘아올린 회계개혁 작업
기업·감독당국·회계법인 '상생'으로 완성해야
표준화한 감사방법론, 한공회 주도로 모델 만들 것
IT 고도화 등 반영해 회계사 선발 인원 조정 필요
만난 사람=박해영 마켓인사이트 부장
“기업인부터 먼저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만나겠습니다.”
김영식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의 당선 후 첫 일성이다. 지난 17일 치러진 제45대 한공회 회장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그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회계개혁의 완성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고객인 기업인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은 그가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공약인 ‘회계 생태계 상생(相生)’을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는 “많은 기업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외부감사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한공회 회장으로서의 가장 큰 임무”라고 강조했다.
공인회계사로 40여 년을 일한 김 회장은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 회원사의 상생을 위해선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며 이들 회계법인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으로 2년 동안 2만2000여 명 회원의 단합을 이끌어갈 그를 19일 한공회 회장실에서 만났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한공회 회장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한데요.
“우리나라 회계의 투명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통해 회계개혁의 물꼬를 텄지만 급격한 변화 때문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들의 의견을 조율해 상생의 생태계를 서둘러 조성하지 않으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개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회계개혁은 빅4와 중견 회계법인, 영세법인 등 회원 간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기업과 관계당국, 언론과 국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첫 전자투표라 관심이 더 컸습니다.
“요즘 같은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는 전자투표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회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연령층(40세 미만)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기에도 쉽고요. 덕분에 과거 30% 안팎에 그쳤던 투표율이 65% 수준까지 올랐어요. 한공회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 참여율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돼 더욱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회계개혁의 완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까.
“2018년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신외감법 혹은 회계개혁이라고도 불릴 만큼 획기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회계투명성에 대한 기반이 완성됐습니다. 새 법률의 골자는 기업이 감사인을 계속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6년에 한 번씩 감사인이 지정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기업별로 투입해야 할 감사시간을 정의한 ‘표준 감사시간’의 도입입니다. 감사 품질이 좋아질 여건은 마련된 셈입니다. 앞으로 이런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개혁을 완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회계사들이 개혁에 동참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이해부터 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찾아 기업인들을 만나려고 약속부터 잡았던 것입니다. 이것을 저는 상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상생은 한공회 회원만의 상생이 아니라 기업과 감독당국 모두가 참여하는 회계 생태계의 상생입니다. 감사 보수 역시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점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감사를 비롯한 회계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상생에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고 기업에 이해를 구해야겠지요.” ▷감독당국과의 상생을 언급했는데 가령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감사 품질을 높이는 것은 감독기관과 회계사, 회계법인의 공동 목표입니다. 사회 전체가 추구하는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당연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회계법인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한 동반자라는 감독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회계문제가 불거지면 회계사 과실부터 따지고 처벌에만 집중하는 관행이 여전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양질의 감사인을 찾고 지정감사인을 환영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신외감법과 회계개혁이 왜 중요한가요.
“신외감법은 한국의 회계투명성 수준을 한 단계 올린 중대한 계기가 됐습니다. 회계사들이 소신껏 감사할 수 있는 감사 환경의 개선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회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와 비교해 보면 획기적인 발전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부실한 재무정보로 인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전달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기업과 은행, 투자자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큰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신외감법을 주도하고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해 회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1위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중소 회원사의 고충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도 있을 듯합니다.
“중소 회계법인은 신외감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가 40여 년 전 입사할 당시의 삼일 역시 중소법인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잘 압니다. 우선은 중소 회원사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공회 차원에서 적극 도울 생각입니다. 또한 대형, 중견, 중소, 감사반(공인회계사 3명 이상이 등록한 조직)이 각자의 시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며, 온기가 널리 퍼지도록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아 내겠습니다.”
▷‘지식공유 플랫폼 구축’이란 공약도 눈에 띕니다.
“전문성을 높이려면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지식공유 플랫폼은 대형 법인의 인프라를 공유해 감사 품질 향상을 이끌자는 구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빅4가 가지고 있는 많은 툴(도구)을 업계에 무료로 제공해야 합니다. 회장 직속으로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대형 법인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산업별 데이터베이스(DB)와 교육프로그램 콘텐츠 등의 지식 전수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법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할 수만 있다면 외감법 제1조를 먼저 개정하고 싶습니다. 옛 외감법에 존재했던 ‘회계투명성을 회계사의 감사를 통해 이루겠다’는 문구는 삭제됐지만 달리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 인식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회계투명성에 대해 선봉에 서고 회계사가 전문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회계사의 사명이나 지위에 대한 조항을 공인회계사법에 넣어 회계사 책임의 범위에 대한 법적 소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가령 ‘회계사는 공공성을 지닌 회계 전문가로서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돕는 사명을 다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 정도가 좋겠지요.”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이 이슈입니다.
“공익법인을 위한 회계기준은 2018년이 돼서야 도입됐습니다. 공익법인 스스로 외부감사를 적극적으로 받아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비영리법인에 대한 주기적 지정 감사 논의 과정에서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공회 차원에서는 전문성 있는 중소 회계법인이나 개인 감사반이 공익법인 감사 분야에 단순한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넘어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젊은 회계사들은 선발 인원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은 점차 줄이는 게 맞습니다. 회계업계의 인력 수급은 당장의 부족함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인력의 과잉 공급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감사품질 저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감사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고, 휴업 회계사들의 업무현장 복귀 현상도 감안해 인원수를 논의해야 합니다.”
■ 김영식 회장은
삼일서 직장생활 시작해 회장까지…업계 '마당발'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공인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정통 회계 전문가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뒤 한 회사에서만 일했다.
감사와 세무부문 대표를 지낼 당시 강력한 추진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사 부문을 이끌 때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저가 수임 경쟁을 지양하고 품질 경쟁에 집중하는 풍토 조성에 앞장섰다. 2014년 삼일회계법인에 신설된 부회장직에 올라 감사·세무·재무자문·컨설팅 등 4대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리더 역할을 맡았다. 2016년 CEO 취임 이후엔 ‘행복한 삼일’ 비전을 제시하고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의 CEO로서 업계의 ‘맏형’ 역할을 자처하며 회계사의 사회적 지위와 처우 개선에도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과 정·관계, 학계, 언론을 아우르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 대표적인 업계 마당발로 통한다. 솔직한 화법과 리더십으로 직원들로부터도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취미는 골프부터 음악 감상까지 다양하다.
△1957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홍익대 경제학 석사, 국민대 경영학 박사,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08~2011년 삼일회계법인 세무부문 대표
△2011~2014년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2014~2016년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2016~2020년 5월 삼일회계법인 CEO
정리=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
김영식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의 당선 후 첫 일성이다. 지난 17일 치러진 제45대 한공회 회장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그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회계개혁의 완성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고객인 기업인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은 그가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공약인 ‘회계 생태계 상생(相生)’을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는 “많은 기업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외부감사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한공회 회장으로서의 가장 큰 임무”라고 강조했다.
공인회계사로 40여 년을 일한 김 회장은 대형 회계법인과 중소 회원사의 상생을 위해선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며 이들 회계법인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으로 2년 동안 2만2000여 명 회원의 단합을 이끌어갈 그를 19일 한공회 회장실에서 만났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한공회 회장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한데요.
“우리나라 회계의 투명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통해 회계개혁의 물꼬를 텄지만 급격한 변화 때문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들의 의견을 조율해 상생의 생태계를 서둘러 조성하지 않으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개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회계개혁은 빅4와 중견 회계법인, 영세법인 등 회원 간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기업과 관계당국, 언론과 국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첫 전자투표라 관심이 더 컸습니다.
“요즘 같은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는 전자투표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회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연령층(40세 미만)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기에도 쉽고요. 덕분에 과거 30% 안팎에 그쳤던 투표율이 65% 수준까지 올랐어요. 한공회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 참여율을 보인 이번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돼 더욱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회계개혁의 완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까.
“2018년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신외감법 혹은 회계개혁이라고도 불릴 만큼 획기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회계투명성에 대한 기반이 완성됐습니다. 새 법률의 골자는 기업이 감사인을 계속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6년에 한 번씩 감사인이 지정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기업별로 투입해야 할 감사시간을 정의한 ‘표준 감사시간’의 도입입니다. 감사 품질이 좋아질 여건은 마련된 셈입니다. 앞으로 이런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개혁을 완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회계사들이 개혁에 동참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이해부터 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찾아 기업인들을 만나려고 약속부터 잡았던 것입니다. 이것을 저는 상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상생은 한공회 회원만의 상생이 아니라 기업과 감독당국 모두가 참여하는 회계 생태계의 상생입니다. 감사 보수 역시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점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감사를 비롯한 회계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상생에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고 기업에 이해를 구해야겠지요.” ▷감독당국과의 상생을 언급했는데 가령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감사 품질을 높이는 것은 감독기관과 회계사, 회계법인의 공동 목표입니다. 사회 전체가 추구하는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당연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회계법인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한 동반자라는 감독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회계문제가 불거지면 회계사 과실부터 따지고 처벌에만 집중하는 관행이 여전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양질의 감사인을 찾고 지정감사인을 환영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신외감법과 회계개혁이 왜 중요한가요.
“신외감법은 한국의 회계투명성 수준을 한 단계 올린 중대한 계기가 됐습니다. 회계사들이 소신껏 감사할 수 있는 감사 환경의 개선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회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와 비교해 보면 획기적인 발전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부실한 재무정보로 인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전달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기업과 은행, 투자자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큰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신외감법을 주도하고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해 회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1위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중소 회원사의 고충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도 있을 듯합니다.
“중소 회계법인은 신외감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가 40여 년 전 입사할 당시의 삼일 역시 중소법인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잘 압니다. 우선은 중소 회원사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공회 차원에서 적극 도울 생각입니다. 또한 대형, 중견, 중소, 감사반(공인회계사 3명 이상이 등록한 조직)이 각자의 시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며, 온기가 널리 퍼지도록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아 내겠습니다.”
▷‘지식공유 플랫폼 구축’이란 공약도 눈에 띕니다.
“전문성을 높이려면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지식공유 플랫폼은 대형 법인의 인프라를 공유해 감사 품질 향상을 이끌자는 구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빅4가 가지고 있는 많은 툴(도구)을 업계에 무료로 제공해야 합니다. 회장 직속으로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대형 법인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산업별 데이터베이스(DB)와 교육프로그램 콘텐츠 등의 지식 전수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법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할 수만 있다면 외감법 제1조를 먼저 개정하고 싶습니다. 옛 외감법에 존재했던 ‘회계투명성을 회계사의 감사를 통해 이루겠다’는 문구는 삭제됐지만 달리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그 인식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회계투명성에 대해 선봉에 서고 회계사가 전문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회계사의 사명이나 지위에 대한 조항을 공인회계사법에 넣어 회계사 책임의 범위에 대한 법적 소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가령 ‘회계사는 공공성을 지닌 회계 전문가로서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돕는 사명을 다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 정도가 좋겠지요.”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이 이슈입니다.
“공익법인을 위한 회계기준은 2018년이 돼서야 도입됐습니다. 공익법인 스스로 외부감사를 적극적으로 받아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비영리법인에 대한 주기적 지정 감사 논의 과정에서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공회 차원에서는 전문성 있는 중소 회계법인이나 개인 감사반이 공익법인 감사 분야에 단순한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넘어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젊은 회계사들은 선발 인원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은 점차 줄이는 게 맞습니다. 회계업계의 인력 수급은 당장의 부족함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인력의 과잉 공급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감사품질 저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감사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고, 휴업 회계사들의 업무현장 복귀 현상도 감안해 인원수를 논의해야 합니다.”
■ 김영식 회장은
삼일서 직장생활 시작해 회장까지…업계 '마당발'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공인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정통 회계 전문가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197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뒤 한 회사에서만 일했다.
감사와 세무부문 대표를 지낼 당시 강력한 추진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사 부문을 이끌 때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저가 수임 경쟁을 지양하고 품질 경쟁에 집중하는 풍토 조성에 앞장섰다. 2014년 삼일회계법인에 신설된 부회장직에 올라 감사·세무·재무자문·컨설팅 등 4대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리더 역할을 맡았다. 2016년 CEO 취임 이후엔 ‘행복한 삼일’ 비전을 제시하고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의 CEO로서 업계의 ‘맏형’ 역할을 자처하며 회계사의 사회적 지위와 처우 개선에도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과 정·관계, 학계, 언론을 아우르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 대표적인 업계 마당발로 통한다. 솔직한 화법과 리더십으로 직원들로부터도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취미는 골프부터 음악 감상까지 다양하다.
△1957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홍익대 경제학 석사, 국민대 경영학 박사,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08~2011년 삼일회계법인 세무부문 대표
△2011~2014년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2014~2016년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2016~2020년 5월 삼일회계법인 CEO
정리=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