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10m 뒤에 태양광발전…산사태 공포에도 3년째 방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자체 95%가 태양광 이격거리 제한 왜?
충남 부여에서 태양광발전 시설은 폐기물처리장, 축사와 같은 급의 혐오시설이다. 부여군은 2018년부터 이들 3개 시설의 신규 설립을 막겠다는 ‘3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마을에서 300m 거리까지 신규 태양광 설비 설치를 막았던 이격거리 규제를 2018년 10월 1㎞까지 확대한 이유다. 부여군 관계자는 “사실상 새로운 태양광 설비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그래도 어떻게 규정을 피해 신청하는 업체가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태양광발전 설비는 주민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산비탈에 세워지는 설비는 산사태를 낼 수 있고, 마을에 가까우면 소음을 내며, 세척 때는 강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향후 14년간 다섯 배 늘리기로 했다.
중증 장애인 시설 위협하는 태양광
중증 장애인 120여 명이 생활하는 충남 공주시의 A복지시설은 태양광 설비업체와 2년간 벌여온 소송에서 지난해 이겼다. 복지시설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산비탈에 3만3000㎡에 가까운 태양광발전 시설이 2016년 설치된 것이 발단이었다. 나무를 벤 자리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이후 매년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토사가 복지시설로 쓸려 내려왔다. 이 지역은 경사가 가팔라 산사태 1·2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태양광 설비 공사로 취약해진 뒷산이 복지시설을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복지시설 관계자는 “이격거리 제한 자체가 없던 2015년엔 직접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그러지 않아도 재정이 취약한데 소송비로만 5000여만원을 들여야 했다”고 했다. 법원은 전문 기술사까지 고용해 조사한 끝에 산사태 위험을 인정하고 태양광 업체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옹벽을 쌓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옹벽 시공 비용에 부담을 느낀 업체 측은 태양광 패널 공사까지 모두 마친 뒤 3년째 현장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소음에 시달리고 지하수 오염 우려도”
부여군 세도면 해촌마을에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동산에 태양광 설비가 2017년 들어섰다. 태양광 설비와 20~50m 거리에 9가구가 있다. 주민들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는 얘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공사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있는 김영찬 씨(85)의 집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앞마당에 붙어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김씨는 “저녁 무렵만 되면 ‘윙’ 하는 소음이 나서 알아보니 낮 동안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는 소리였다”며 “지금 나이에 이사 갈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마을은 마을 뒷산 3만3000㎡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다. 이 마을 이장인 박승범 씨(60)는 “매일 뒷산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질감도 문제지만 태양광 패널을 닦는 세제가 걱정”이라며 “그대로 마을로 내려와 식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 스며들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태양광 업체와 2년여에 걸친 소송전을 벌였지만 지난해 10월 주민들의 패소로 끝났다. 2017년 200m이던 이격거리 안에 태양광발전 설비가 들어섰지만, 설치 허가 당시 마을 이장에게 동의를 얻었다는 것이 이유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태양광 업체가 패널 시공을 위해 길을 낼 때도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억울해했다.
공주시는 2018년 200m이던 이격거리 기준을 500m로 강화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각종 문제와 갈등 사례가 알려지면서 농촌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마을 주변에 들어오는 것을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중앙정부로서는 태양광을 더 보급하고 싶겠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기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이격거리(離隔距離)
위험물이나 혐오시설이 주거시설 및 도로 등에서 얼마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정한 것을 가리킨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제정한다. 원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와 관련해서는 이격거리 제한이 없었지만 각종 피해 사례가 알려지며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설비와 관련해 이격거리 제한을 더 강화하고 있다.
공주·부여=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태양광발전 설비는 주민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산비탈에 세워지는 설비는 산사태를 낼 수 있고, 마을에 가까우면 소음을 내며, 세척 때는 강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향후 14년간 다섯 배 늘리기로 했다.
중증 장애인 시설 위협하는 태양광
중증 장애인 120여 명이 생활하는 충남 공주시의 A복지시설은 태양광 설비업체와 2년간 벌여온 소송에서 지난해 이겼다. 복지시설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산비탈에 3만3000㎡에 가까운 태양광발전 시설이 2016년 설치된 것이 발단이었다. 나무를 벤 자리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이후 매년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토사가 복지시설로 쓸려 내려왔다. 이 지역은 경사가 가팔라 산사태 1·2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태양광 설비 공사로 취약해진 뒷산이 복지시설을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복지시설 관계자는 “이격거리 제한 자체가 없던 2015년엔 직접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그러지 않아도 재정이 취약한데 소송비로만 5000여만원을 들여야 했다”고 했다. 법원은 전문 기술사까지 고용해 조사한 끝에 산사태 위험을 인정하고 태양광 업체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옹벽을 쌓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옹벽 시공 비용에 부담을 느낀 업체 측은 태양광 패널 공사까지 모두 마친 뒤 3년째 현장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소음에 시달리고 지하수 오염 우려도”
부여군 세도면 해촌마을에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동산에 태양광 설비가 2017년 들어섰다. 태양광 설비와 20~50m 거리에 9가구가 있다. 주민들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는 얘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공사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있는 김영찬 씨(85)의 집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앞마당에 붙어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김씨는 “저녁 무렵만 되면 ‘윙’ 하는 소음이 나서 알아보니 낮 동안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는 소리였다”며 “지금 나이에 이사 갈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마을은 마을 뒷산 3만3000㎡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다. 이 마을 이장인 박승범 씨(60)는 “매일 뒷산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질감도 문제지만 태양광 패널을 닦는 세제가 걱정”이라며 “그대로 마을로 내려와 식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 스며들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태양광 업체와 2년여에 걸친 소송전을 벌였지만 지난해 10월 주민들의 패소로 끝났다. 2017년 200m이던 이격거리 안에 태양광발전 설비가 들어섰지만, 설치 허가 당시 마을 이장에게 동의를 얻었다는 것이 이유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태양광 업체가 패널 시공을 위해 길을 낼 때도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억울해했다.
공주시는 2018년 200m이던 이격거리 기준을 500m로 강화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각종 문제와 갈등 사례가 알려지면서 농촌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마을 주변에 들어오는 것을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중앙정부로서는 태양광을 더 보급하고 싶겠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기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이격거리(離隔距離)
위험물이나 혐오시설이 주거시설 및 도로 등에서 얼마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정한 것을 가리킨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제정한다. 원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와 관련해서는 이격거리 제한이 없었지만 각종 피해 사례가 알려지며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설비와 관련해 이격거리 제한을 더 강화하고 있다.
공주·부여=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