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는 데 이어 대선 캠페인을 위한 ‘실탄 확보전’에서도 우위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20일(현지시간) 공화당 전국위원회(중앙당 격)와 함께 지난달 선거자금으로 7400만달러를 모았다고 발표했다. 4월 모금액 6170만달러보다 약 20% 늘었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 캠프 모금액엔 못 미친다. 바이든 캠프는 민주당 전국위와 함께 지난달에 총 8080만달러를 모았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월간 기준 가장 많은 모금액이자 4월 모금액 6050만달러보다 33%나 많은 액수다.

미 CNBC는 “트럼프 캠프 모금액이 (월간 기준으로) 바이든 캠프보다 뒤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바이든은 4월 당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사퇴로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한 뒤 대선자금 모금에 주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바이든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캠프는 이번주 1500만달러를 투입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경합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TV 광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든은 그동안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꾸준히 앞선 데 이어 CNBC가 12~14일 벌인 여론조사에선 6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 은행센터(BOK)에서 대규모 유세를 재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3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대규모 대중집회를 110일 만에 재개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대규모 실내 행사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는 체육관에서 유세를 강행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 탓인지 유세장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심지어 유세를 준비했던 트럼프 캠프 관계자 중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거의 100만 명이 유세를 위한 티켓을 신청했다”고 자랑했지만 1만9000석 규모 은행센터 관중석은 3분의 1만 찼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센터 밖에서도 한 차례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관중 부족으로 취소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