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파괴…'태양광 과속'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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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우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주민들, 환경·경관훼손 등 우려
관련소송 2년새 3배 이상 증가
지자체는 설치거리 잇단 제한
주민들, 환경·경관훼손 등 우려
관련소송 2년새 3배 이상 증가
지자체는 설치거리 잇단 제한
정부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무리하게 확대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동네 어귀와 뒷산에까지 들어서면서 미관을 해친다는 호소는 물론 산사태, 태양광 설비 세척 시의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이 태양광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2년 사이에 세 배 이상 늘었다.
21일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에너지공단, 자치법규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해 이격거리 제한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말 123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격거리는 거주지와 도로 등에서 일정 거리 안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짓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북 울진, 전남 구례와 장흥, 충남 부여 등은 도로에서 1000m 안에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운영 중이다. 또 경기 여주, 경북 상주 등 상당수 지자체는 주거밀집지역에서 500m 넘게 떨어진 곳에만 태양광 설비를 지을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지자체를 통해 이미 허가가 난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크게 늘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선고일자를 기준으로 2014년 7건이던 태양광 관련 행정소송은 2017년 63건, 2018년 102건에 이어 지난해 229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도 ‘탈원전’을 내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올해 15.8GW에서 2034년 78.1GW로 다섯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이 중 90% 이상은 태양광 설비로 채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격거리를 폐지하거나 제한을 완화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게 태양광 발전 확대를 추진하면서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의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국토의 특징 때문에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국민의 생활 터전 근처에 설치되다 보니 거부감을 부르는 ‘태양광 피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주민·지자체 모두 태양광 싫다는데…정부는 "설치 늘리면 인센티브 주겠다"
이격거리 제한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는 123곳이다. 전국 기초 지자체 226곳 중 절반을 약간 웃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역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북과 충남, 전남, 전북에서는 모든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했다. 경남과 경북에서도 창원과 포항 등 일부 공업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가 이격거리 제한을 두고 있다. 이격거리 제한은 2015년부터 도입돼 현재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자체의 95%가량이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태양광발전 설비는 농촌지역의 들판과 산에 주로 설치된다. 땅값에 따라 수익성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 설비를 놓을 만한 지역에는 사실상 모두 이격거리 제한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이격거리 제한을 도입한 것은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전남 장흥군이 대표적인 예다. 장흥군은 최근 ‘발전기금 기부로 주민들의 승인을 받으면 이격거리 내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삭제했다. 노춘석 장흥군 도시건설과 팀장은 “얼마의 보상을 해주든 태양광 설비는 안 된다는 주민이 대부분”이라며 “예외조항을 놔뒀다간 분란만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격거리 확대는 지자체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 상주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2018년 9월에야 이격거리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이격거리 제한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 허가를 못 받은 태양광 업체들이 상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이격거리 제한을 강화한 이후에야 신규 태양광 설비 건설 신청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발전 설비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지자체가 이격거리 제한을 줄이거나 없애면 3억~18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하는 태양광 보급 지원사업도 내놨다. 이 제안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융자 등의 형태로 865억원을 지원해 수익을 분배하는 주민참여형 발전소를 늘리겠다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탈원전’에 집착하면서 곳곳에서 분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원전을 줄이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태양광발전 설비가 한국에 적합한지에 관한 분석 없이 탈원전을 내세우다 보니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 요구를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노경목/구은서 기자 autonomy@hankyung.com
21일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에너지공단, 자치법규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해 이격거리 제한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말 123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격거리는 거주지와 도로 등에서 일정 거리 안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짓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북 울진, 전남 구례와 장흥, 충남 부여 등은 도로에서 1000m 안에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운영 중이다. 또 경기 여주, 경북 상주 등 상당수 지자체는 주거밀집지역에서 500m 넘게 떨어진 곳에만 태양광 설비를 지을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지자체를 통해 이미 허가가 난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크게 늘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선고일자를 기준으로 2014년 7건이던 태양광 관련 행정소송은 2017년 63건, 2018년 102건에 이어 지난해 229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도 ‘탈원전’을 내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올해 15.8GW에서 2034년 78.1GW로 다섯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지난달 내놨다. 이 중 90% 이상은 태양광 설비로 채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격거리를 폐지하거나 제한을 완화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게 태양광 발전 확대를 추진하면서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의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국토의 특징 때문에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국민의 생활 터전 근처에 설치되다 보니 거부감을 부르는 ‘태양광 피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주민·지자체 모두 태양광 싫다는데…정부는 "설치 늘리면 인센티브 주겠다"
이격거리 제한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는 123곳이다. 전국 기초 지자체 226곳 중 절반을 약간 웃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역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북과 충남, 전남, 전북에서는 모든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했다. 경남과 경북에서도 창원과 포항 등 일부 공업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가 이격거리 제한을 두고 있다. 이격거리 제한은 2015년부터 도입돼 현재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자체의 95%가량이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태양광발전 설비는 농촌지역의 들판과 산에 주로 설치된다. 땅값에 따라 수익성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 설비를 놓을 만한 지역에는 사실상 모두 이격거리 제한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이격거리 제한을 도입한 것은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전남 장흥군이 대표적인 예다. 장흥군은 최근 ‘발전기금 기부로 주민들의 승인을 받으면 이격거리 내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삭제했다. 노춘석 장흥군 도시건설과 팀장은 “얼마의 보상을 해주든 태양광 설비는 안 된다는 주민이 대부분”이라며 “예외조항을 놔뒀다간 분란만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격거리 확대는 지자체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 상주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2018년 9월에야 이격거리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이격거리 제한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 허가를 못 받은 태양광 업체들이 상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이격거리 제한을 강화한 이후에야 신규 태양광 설비 건설 신청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발전 설비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지자체가 이격거리 제한을 줄이거나 없애면 3억~18억원을 지자체에 지원하는 태양광 보급 지원사업도 내놨다. 이 제안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융자 등의 형태로 865억원을 지원해 수익을 분배하는 주민참여형 발전소를 늘리겠다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탈원전’에 집착하면서 곳곳에서 분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원전을 줄이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태양광발전 설비가 한국에 적합한지에 관한 분석 없이 탈원전을 내세우다 보니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 요구를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노경목/구은서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