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회원 모아 오픈채팅
대박종목 1대 1 추천 유도해
연회비 최고 2000만원 요구
사이비종교 교주처럼…
'돈맛' 본 개미들 맹신 이끌어
지난 18일 오전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투자그룹 유튜브 29기’라고 이름 붙여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리딩’이 진행됐다. 리딩이란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들이 상승 예상 종목, 매수·매도 타이밍을 찍어주는 행위를 말하는 업계 용어다. 이들은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공언한다. 이들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연회비 500만~2000만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한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피해를 본 투자자가 속출하고 있다. 투자 책임이 고스란히 개미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단속 강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업투자 5년 경력으로 강사까지…
‘리딩방 광풍’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난주 2박3일간 기자가 들어가서 지켜본 리딩방은 사이비종교에 가까웠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내일 임상성공 발표 단독입수’ ‘다음주 3000% 폭등할 바이오 관련주 긴급공개’ 등의 제목 영상을 통해 회원을 유인한다. 유튜브 영상에선 폭등할 종목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영상에 남긴 휴대폰 번호로 직접 자신의 이름을 문자메시지로 남기도록 했다. 이렇게 20대부터 60대 중년층까지 수백 명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몰려들었다. 유튜브에서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는 한 전문가의 이력은 전업투자경력 5년이 전부였다.
‘자칭’ 전문가들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매일 종목을 추천했다. 추천 이유는 알 수 없다. 급박하게 매수 지시를 보내는 탓에 조급해진 투자자들은 그저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유튜브로 공언한 바이오주(株)나 2차전지 관련주가 아닌 종목도 상당했다. 대신 채팅방 규율은 엄격했다. 수시로 채팅방에서 출석 인증을 하지 않으면 즉각 방에서 내쫓겼다.
채팅방에는 주식을 전혀 모르는 ‘초짜 개미’도 가득했다. ‘시초가 매수’ ‘자동손절의 -3%’라는 전문가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했다. 전문가는 커피값만 벌자며 3%가량의 수익만 내고 치고 빠지는 단타를 주문했다. 수익을 낸 뒤 채팅방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도록 했다. 리딩방 참가자들은 일제히 전문가의 이름을 채팅창에 올렸다. 사이비종교 집회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수백 명이 동시에 매수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오르는 흐름도 보였다. 일부 리딩방에서는 이를 활용해 먼저 해당 종목을 사들인 뒤 종목 추천에 나서는 작전세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리딩방 단속 먹힐까
전문가들은 고급 정보를 준다며 개별 문자메시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여러 개의 휴대폰 번호를 번갈아 사용했다. 투자자가 직접 전화를 걸 순 없다. 문자를 남긴 번호로 전문가가 걸어오는 전화를 기다려야 했다. 회신을 받지 못한 개미들은 “전화가 오지 않는다”며 아우성쳤다.
어렵사리 걸려온 전화에선 연 500만~2000만원짜리 서비스를 제시했다. 최대 700%까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했다. 전문가와 24시간 상담할 수 있으며, 1 대 1로 단기 종목은 하루 3~5개, 중기 수익 종목은 한 달에 3~5개를 추천해주는 조건이다. 하지만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회원 가입 기간을 연장해주는 게 전부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연회비를 내고도 최대 수억원까지 피해를 본 투자자도 등장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500여 개의 리딩방이 개설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감원은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터넷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사’로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리딩방의 경우 유사투자자문사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들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사라고 해도 1 대 1 추천, 수익률 보장을 공언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점검 강화 등의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원/고재연/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