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두산중공업, 외국계 은행 차입금 상환 '골치'
경영난에 허덕이는 쌍용자동차와 두산중공업에서 외국계 금융기관의 대출 상환 문제가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더할 요인으로 떠올랐다.

21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 차입금(1년 이내 만기 도래)은 3천899억원이다.

이 가운데 JP모건 400억원(시설자금), BNP파리바 470억원(당좌차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당좌차월) 등이 외국계 금융권의 차입금이다.

이들 차입금에는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이 달렸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경영권을 내려놓으면 쌍용차가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마힌드라는 쌍용차 경영권 포기까지 시야에 넣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는 당장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부터 대응해야 한다.

이는 JP모건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일부인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단은 '구두 보증'(verbal support)을 선 마힌드라가 나서 대출의 만기 연장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외국계 차입금이 마힌드라 본사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와 있다"며 "6월부터 만기가 돌아와 연장이 시급하다.

주주에 (만기 연장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외국계 은행과의 협의 결과'를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마힌드라가 외국계 은행과 접촉에 나서 쌍용차 대출 만기 연장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산은이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에 긍정적인 국책은행과 국내 시중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외국계 은행들이 보일 가능성이 있는 점은 쌍용차의 고민거리다.
쌍용차·두산중공업, 외국계 은행 차입금 상환 '골치'
두산중공업 상황도 쌍용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이미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회수에 나선 상태다.

SC제일은행의 두산중공업 대출금은 지난해 9월 말 942억원에서 그해 12월 말 785억원, 올해 3월 말 314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아랍에미리트(UAE) 마쉬레크 뱅크(Mashreq Bank)의 대출금 약 600억원을 갚았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출금 잔액은 1천433억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외국계 은행들이 상환 독촉에 나서 대출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단이 3조6천억원을 지원해야 할 만큼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판단도 대출금 회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신용등급 하락(나이스신용평가·BBB→BBB-)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더욱 나빠졌다는 점도 두산중공업의 고민 지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