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종료를 앞둔 SK텔레콤의 2G서비스.
25년만에 종료를 앞둔 SK텔레콤의 2G서비스.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의 대중화를 주도했던 ‘스피드011’이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내년 6월 2세대(2G) 이동통신용으로 할당된 주파수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한국에서 2G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다음달 6일부터 각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조기 종료 신청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과기정통부에 주파수 만료 시점인 내년 6월보다 앞서 2G 서비스를 조기 종료하겠다고 신청했다. SK텔레콤은 “2G 장비가 노후화됐고 부품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네 차례 현장 점검과 전문가 자문회의, 의견 청취 등을 거쳤다. 신청을 두 차례 반려한 끝에 이번에 승인했다.

과기정통부는 “현장 점검과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친 결과 망 노후화에 따른 고장이 크게 늘어났지만 예비 부품이 부족해 수리할 수 없는 품목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장비별 이중화가 낮아 2G망 장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더 이상 2G망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정부 승인일로부터 20일 이상 경과한 뒤 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는 조기 폐지를 승인하면서 2G 가입자 보호 방안도 마련했다. 기존 가입자는 3G 이상 서비스로 바꿀 때 10가지 휴대폰 중 하나를 무료로 받거나 30만원의 구매 지원금을 수령하는 동시에 2년간 월 요금을 1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또는 2년간 이용 요금의 70% 할인 혜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새로 가입한 3G 서비스에서도 기존 2G 요금제 7종을 동일하게 쓸 수 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로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65세 이상 이용자와 장애인 등은 직원이 방문해 전환 업무를 지원한다.
011, 017 등 01× 번호는 내년 6월까지만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01×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3G, LTE(4세대 이동통신),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년 6월 이후에는 일괄적으로 010 번호로 변경된다. 일부 2G 가입자가 3G 이후 서비스에서도 번호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전화번호가 국가 자원이라는 사실과 20년 가까이 추진해온 010 번호 전환 정책의 일관성 등을 이유로 들어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작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도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은 2G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01× 번호를 쓰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전화번호는 유한한 국가 자원”이라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의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국내 3개 통신사 가운데 LG유플러스의 2G 서비스만 남는다. KT는 2012년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LG유플러스가 2G 서비스를 위해 사용 중인 주파수 대역의 사용 기한은 내년 6월 말이다. LG유플러스는 이 주파수를 재할당 받을지 검토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G 서비스 운영에 연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데다 이용자도 적다”며 “주파수 재할당을 받지 않는다면 종료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까지 2G 서비스를 끝내면 한국에서 2G 서비스는 완전히 사라진다. 2G 서비스는 한국이 이동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SK텔레콤이 1996년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2G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 방식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미국 퀄컴과 함께 표준을 정립했다. 당시 벤처기업이던 퀄컴은 한국에서 CDMA가 상용화된 것을 발판 삼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피드011은 2G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린 SK텔레콤의 대표 브랜드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