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국의 압박으로 홍콩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지위가 흔들리자 홍콩 금융사와 금융 전문가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으로 오는 홍콩 금융인들에게 비자 면제, 세금 자문, 무료 사무공간 제공 등을 검토 중이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과 외무성, 경제산업성, 도쿄도 등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 등으로 홍콩의 금융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도쿄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연례 경제전략 보고에서 홍콩 금융사와 금융인 유인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홍콩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최근 사업 부문 일부를 도쿄로 이전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홍콩 금융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본에서 필요한 면허를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단기 비자 면제 프로그램도 가동할 계획이다. 도쿄도는 홍콩에서 오는 금융사와 금융인을 위해 사무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소속 가타야마 사쓰키 참의원은 FT와 인터뷰에서 "2012년부터 시행해온 고숙련 인력을 위한 비자 제도의 혜택을 홍콩 금융인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홍콩 금융권 인재들을 받아들이는 방안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의견을 물어 긍적적 답변을 이끌어냈다. 당시 아베 총리는 도쿄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홍콩 등 외국 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중국의 압박으로 홍콩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홍콩 금융사와 관련 전문인력들이 홍콩을 떠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도쿄를 아시아 금융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일본 정부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FT는 일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일본은 도쿄를 홍콩에 필적하는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수십 년을 보냈다"며 "홍콩 금융 전문가와 금융기관을 도쿄로 유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