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 쌍용차…팔고 싶어도 못 파는 마힌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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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10년만에 다시 매물된 쌍용차
▽ 8000억 투자한 마힌드라, 매각도 '곤란'
▽ '사즉생' 자구안…남은 카드 마땅찮아
▽ 중국·베트남 관심…"2~3달 뒤 윤곽"
▽ 8000억 투자한 마힌드라, 매각도 '곤란'
▽ '사즉생' 자구안…남은 카드 마땅찮아
▽ 중국·베트남 관심…"2~3달 뒤 윤곽"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를 대신할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대주주 마힌드라는 쌍용차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지분 매각도 여의치 않아 유상증자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큰 손실을 본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쌍용차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그간 유상증자 등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은 74.65%까지 높아졌는데, 인수 10년이 지난 현재 가치는 2000억~3000억원대에 그친다. 마힌드라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자금도 2000억원대에 달한다.
◇ 팔고 싶지만 못 파는 마힌드라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쌍용차를 회생시켜 손실을 만회한 뒤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2016년 4분기 이후 쌍용차는 13분기 연속적자를 냈고, 지난 3월 말에는 자본잠식률이 71.9%까지 높아졌다. 올해까지 갚아야 할 빚만 2540억원이다.
자동차 판매량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5월 동안 내수와 수출로 총 3만9206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4% 감소한 수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를 자처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에서 SUV를 쏟아내며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경쟁력 제고와 신차 개발을 위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 투자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산은의 지원이 여의치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도 내 자동차 판매가 끊기며 이를 철회했다.
마힌드라는 당장 사용할 인건비 등 '연명'을 위한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쌍용차가 2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거절했다.
빚은 쌓이고 향후 전망은 악화되자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을 추진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고엔카 사장에 이어 마힌드라를 이끌 아니시 샤 부사장도 "새 투자자가 원한다면 쌍용차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이 마힌드라의 발목을 잡았다. 쌍용차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 가운데 1670억원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BNP파리바 등 외국계 은행 자금이다.
이들은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51%를 초과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달았기에 마힌드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상환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 입장에선 매각하지 않으면 손실이 더 커지고, 매각을 시도하자니 지분 가치가 급감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지분 매각 대신 유상증자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 '마른 수건' 쌍용차, 남은 카드도 별로 이미 여러 자구안을 내놓은 쌍용차에게 남은 카드는 마땅치 않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쌍용차에 "돈만으로 기업을 살리진 못한다.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며 강도높은 자구안을 요구 중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노조가 앞장서 상여금을 반납하고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20%의 임원 감축과 사무직 순환휴직도 단행됐다. 지난 4월에는 임금 동결을 합의했고 부산물류센터(263억원)와 서울서비스센터(1800억원) 등을 매각해 현금도 마련했다.
마른 수건을 더 쥐어짤 구석은 추가적인 임금 삭감이나 대규모 구조조정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뒤따를 후폭풍을 감안하면 선뜻 꺼내기 어려운 카드다.
차입금을 어떻게든 막아낸다고 해도 관건은 신차 출시와 수익 개선이다. 쌍용차가 당장 서울서비스센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했지만, 올해 1분기 약 2000억원의 손순실을 냈기에 마련된 현금이 소진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결국 신차 개발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쌍용차는 신차 개발을 위한 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 회장이 공개적으로 거부하며 사실상 배제됐다. 기안기금의 용도는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는 것인데, 쌍용차는 그 이전부터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국GM과 같은 방식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한국GM은 최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의 대규모 지원을 전제로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쌍용차는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지원을 포기했고 산은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신차를 출시한다 하더라도 부분 자본잠식을 극복하고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신차가 실패하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직접고용인원 5000여명과 부품협력사, 판매 대리점 등 수만명의 생계가 위험해진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매각 의사를 내비치자 중국 지리자동차와 BYD, 베트남 빈패스트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차는 볼보,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프로톤, 로터스 등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다만 로이터는 지난 19일 "지리차 대변인은 쌍용차 관련 어떠한 경쟁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분매각 외에 포드 OEM 기지 전환도 논의되고 있다. 마힌드라는 포드의 SUV 모델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고, 쌍용차 모델에 포드 엠블럼을 붙여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쌍용차가 중국 BYD의 전기차 생산기지가 되는 가능성도 검토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초기 단계 논의일 뿐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2~3달은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큰 손실을 본 마힌드라가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쌍용차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는 그간 유상증자 등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은 74.65%까지 높아졌는데, 인수 10년이 지난 현재 가치는 2000억~3000억원대에 그친다. 마힌드라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자금도 2000억원대에 달한다.
◇ 팔고 싶지만 못 파는 마힌드라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쌍용차를 회생시켜 손실을 만회한 뒤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2016년 4분기 이후 쌍용차는 13분기 연속적자를 냈고, 지난 3월 말에는 자본잠식률이 71.9%까지 높아졌다. 올해까지 갚아야 할 빚만 2540억원이다.
자동차 판매량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5월 동안 내수와 수출로 총 3만9206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4% 감소한 수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를 자처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에서 SUV를 쏟아내며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경쟁력 제고와 신차 개발을 위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 투자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산은의 지원이 여의치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도 내 자동차 판매가 끊기며 이를 철회했다.
마힌드라는 당장 사용할 인건비 등 '연명'을 위한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쌍용차가 2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거절했다.
빚은 쌓이고 향후 전망은 악화되자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을 추진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고엔카 사장에 이어 마힌드라를 이끌 아니시 샤 부사장도 "새 투자자가 원한다면 쌍용차 지분을 넘길 수 있다"며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이 마힌드라의 발목을 잡았다. 쌍용차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빚 가운데 1670억원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BNP파리바 등 외국계 은행 자금이다.
이들은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51%를 초과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달았기에 마힌드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상환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 입장에선 매각하지 않으면 손실이 더 커지고, 매각을 시도하자니 지분 가치가 급감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지분 매각 대신 유상증자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 '마른 수건' 쌍용차, 남은 카드도 별로 이미 여러 자구안을 내놓은 쌍용차에게 남은 카드는 마땅치 않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쌍용차에 "돈만으로 기업을 살리진 못한다.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며 강도높은 자구안을 요구 중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노조가 앞장서 상여금을 반납하고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은 바 있다.
20%의 임원 감축과 사무직 순환휴직도 단행됐다. 지난 4월에는 임금 동결을 합의했고 부산물류센터(263억원)와 서울서비스센터(1800억원) 등을 매각해 현금도 마련했다.
마른 수건을 더 쥐어짤 구석은 추가적인 임금 삭감이나 대규모 구조조정 뿐이다. 하지만 이 역시 뒤따를 후폭풍을 감안하면 선뜻 꺼내기 어려운 카드다.
차입금을 어떻게든 막아낸다고 해도 관건은 신차 출시와 수익 개선이다. 쌍용차가 당장 서울서비스센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했지만, 올해 1분기 약 2000억원의 손순실을 냈기에 마련된 현금이 소진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결국 신차 개발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쌍용차는 신차 개발을 위한 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 회장이 공개적으로 거부하며 사실상 배제됐다. 기안기금의 용도는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는 것인데, 쌍용차는 그 이전부터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국GM과 같은 방식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한국GM은 최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의 대규모 지원을 전제로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쌍용차는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지원을 포기했고 산은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신차를 출시한다 하더라도 부분 자본잠식을 극복하고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신차가 실패하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직접고용인원 5000여명과 부품협력사, 판매 대리점 등 수만명의 생계가 위험해진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매각 의사를 내비치자 중국 지리자동차와 BYD, 베트남 빈패스트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차는 볼보,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프로톤, 로터스 등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다만 로이터는 지난 19일 "지리차 대변인은 쌍용차 관련 어떠한 경쟁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분매각 외에 포드 OEM 기지 전환도 논의되고 있다. 마힌드라는 포드의 SUV 모델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고, 쌍용차 모델에 포드 엠블럼을 붙여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쌍용차가 중국 BYD의 전기차 생산기지가 되는 가능성도 검토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초기 단계 논의일 뿐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2~3달은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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