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코로나19 피해업종, 자산팔고 빚 내서 버텨"

코스피 상장사 총차입금이 1분기에 20조원 늘었다.

항공·조선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업종은 차입금을 늘리거나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 위기를 견디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출·영업이익 데이터가 있는 코스피 상장 623개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섬유의복 5개 업종은 올해 1분기 차입금 의존도가 모두 상승했다.

"상장사 차입금 386조7천억원…1분기에 20조원 늘어"
작년 말 대비 항공업이 5.3%p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이어 조선(2.3%p), 관광레저(1.4%p), 대형유통(1.1%p), 섬유의복(0.8%p) 순이다.

재무현금흐름을 보면 항공, 관광레저, 조선업은 차입과 증자 등으로 자금 조달을 늘려서, 대형유통과 섬유의복은 총자산이 줄어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다.

현금흐름표 상 영업현금흐름은 5개 업종이 모두 나빠졌다.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업은 올해 1분기 영업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보다 빠져나간 현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섬유의복은 영업현금 유입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10분의 1에 그쳤다.

작년 동기에는 5개 업종 모두 영업현금 유입이 더 컸다.

투자가 활발할수록 현금 유출이 커지는 투자현금흐름은 대형유통과 관광·레저 업종에선 작년 1분기보다 현금 지출 폭이 줄었다.

항공과 조선, 섬유의복은 투자 자산을 매각해서 현금이 들어왔다.

"상장사 차입금 386조7천억원…1분기에 20조원 늘어"
한경연이 분석한 623개 상장사의 총 차입금은 올해 1분기 386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0조원 늘어났다.

작년에는 분기별 증가액이 약 5조원이었다.

차입금 의존도도 22.5%로 작년 말(21.6%)보다 높아졌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작년 말에 비해 5조3천억원 늘었는데 은행 등의 차입금은 14조9천억원이나 증가했다.

한경연은 2∼4월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며 기업이 은행 대출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장사 차입금 386조7천억원…1분기에 20조원 늘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올해 1분기 영업현금유입이 작년 동기 대비 13.0% 줄고, 투자현금지출은 26.4% 감소해 투자가 위축됐다.

재무활동을 통한 자금 조달도 늘었다.

한경연은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자금 조달을 늘렸다고 말했다.

영업현금 유입이 줄었는데도 총자산에서 현금 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으로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이번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자금공급이 막힌 곳은 없는지 정부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