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 강화 '군불 지피기'?…국토부 "국회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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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국책연구기관이 연일 해외 부동산 세금 정책을 연구해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장관도 직접 나서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실거주자와 중저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덜어주고, 다주택자에게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게 세제 개편 방향의 핵심이다. 앞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개편이 본격화하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장관 “세제 관련 국회와 논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세종청사에서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대책’을 발표한 직후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근거 자료는 국토연구원이 지난 8일부터 주1회 발간한 ‘해외 부동산정책 시리즈’ 연구보고서다. 김 장관은 이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다른 나라는 다양하고 촘촘한 주택 관련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관련 세제는 국회, 관계부처와 상의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세력 근절을 위해선 보다 강력한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영국와 프랑스, 싱가포르,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조세 정책을 다뤘다. 실거주자와 서민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추는 대신 다주택자, 단기 보유 거래에 대해선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경우 고가주택(150만파운드,22억9500만원 이상) 취득 시 부동산등록세율 12%를 적용한다. 다주택자일 경우 3%포인트 중과해 15% 부과한다. 한국의 현재 취득세율은 1~4%다. 영국은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취득세율도 상승하는 구조다. 12만5000파운드(1억9000만원) 이하는 0%, 12만5000~25만파운드(3억8000만원) 2%, 25만~92만5000파운드(14억원) 5%, 92만5000~150만파운드는 10%가 각각 적용된다. 생애 최초로 50만파운드(7억7500만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 국토연구원은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임대용 주택을 취득하는 다주택자에게 고율의 취득세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는 소득에 연동해 세율이 결정되는 구조로 고소득자일수록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도 매우 엄격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1가구 1주택자이면서, 취득 후 계속 거주해야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프랑스는 순자산 130만유로(17억5000만원)를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누진세율(0.5~1.5%)로 ‘부동산부유세’를 부과한다. 양도소득세는 보유기간이 길수록 줄어드는데 22년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싱가포로는 실수요자에게 낮은 취득세율(1~4%)를 적용한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외국인, 법인 등에는 12~30%의 높은 취득세를 부과한다.
◆“북유럽도 최근 대출규제 강화”
국토연구원은 22일 세 번째 해외 부동산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택금융 조건이 좋은 북유럽 3국에서 최근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이들 3개국의 주택가격은 2013년 이후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현재(2019년4분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현재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한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LTV 비율 상한은 덴마크는 95%, 스웨덴은 85%, 네덜란드는 100%로 설정돼 있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 웬만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LTV가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로 묶여 있다. 이와 비교하면 북유럽 국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매우 후한 수준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이들 국가의 집값이 급등하자 최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집값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가 주담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2017년 코펜하겐과 오르후스 지역 등 집값이 많이 오른 곳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신규 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0%가 넘는 가구의 경우 주택가격이 10% 하락했을 때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게 했다. 네덜란드도 주택대출 관련 세제혜택이 많지만 최근 세제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도 주택대출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0년 LTV 규제를 시작으로 최근 대출상환방식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김지혜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이들 국가가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출규제 및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은 “시장 안정을 위한 해외 부동산 정책 사례 참고를 위해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책에 이들 내용 중 일부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고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바람직한 주택정책과 부동산세제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주택 가격 급등의 주 원인으로 ‘가격상승을 기대한 투기수요’를 지목했다. 정 교수는 “부동산 투기현상이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로부터 큰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며 “과도하게 낮은 보유세 및 양도세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보유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을 살펴보면 OECD 15개국 평균이 0.396%인데 비해 한국은 0.167%로 낮다”고 덧붙였다. 또 “종부세 대상자는 전체의 1.4%에 불과하고 종부세 부담도 평균 157만원으로 작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상당한 세후 수익 인정, 1가구 1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 적은 양도세 부담 등이 다주택 투기, 똘똘한 한 채 투기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가격급등 후 규제하는 방식이지만 민간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또다시 찾아내고 그로인해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며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에서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김현미 장관 “세제 관련 국회와 논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세종청사에서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대책’을 발표한 직후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근거 자료는 국토연구원이 지난 8일부터 주1회 발간한 ‘해외 부동산정책 시리즈’ 연구보고서다. 김 장관은 이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다른 나라는 다양하고 촘촘한 주택 관련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관련 세제는 국회, 관계부처와 상의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세력 근절을 위해선 보다 강력한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영국와 프랑스, 싱가포르,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조세 정책을 다뤘다. 실거주자와 서민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추는 대신 다주택자, 단기 보유 거래에 대해선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경우 고가주택(150만파운드,22억9500만원 이상) 취득 시 부동산등록세율 12%를 적용한다. 다주택자일 경우 3%포인트 중과해 15% 부과한다. 한국의 현재 취득세율은 1~4%다. 영국은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취득세율도 상승하는 구조다. 12만5000파운드(1억9000만원) 이하는 0%, 12만5000~25만파운드(3억8000만원) 2%, 25만~92만5000파운드(14억원) 5%, 92만5000~150만파운드는 10%가 각각 적용된다. 생애 최초로 50만파운드(7억7500만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 국토연구원은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임대용 주택을 취득하는 다주택자에게 고율의 취득세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는 소득에 연동해 세율이 결정되는 구조로 고소득자일수록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요건도 매우 엄격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1가구 1주택자이면서, 취득 후 계속 거주해야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프랑스는 순자산 130만유로(17억5000만원)를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누진세율(0.5~1.5%)로 ‘부동산부유세’를 부과한다. 양도소득세는 보유기간이 길수록 줄어드는데 22년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싱가포로는 실수요자에게 낮은 취득세율(1~4%)를 적용한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외국인, 법인 등에는 12~30%의 높은 취득세를 부과한다.
◆“북유럽도 최근 대출규제 강화”
국토연구원은 22일 세 번째 해외 부동산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택금융 조건이 좋은 북유럽 3국에서 최근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이들 3개국의 주택가격은 2013년 이후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현재(2019년4분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현재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한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LTV 비율 상한은 덴마크는 95%, 스웨덴은 85%, 네덜란드는 100%로 설정돼 있다.
한국의 경우 수도권 웬만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LTV가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로 묶여 있다. 이와 비교하면 북유럽 국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매우 후한 수준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이들 국가의 집값이 급등하자 최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집값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가 주담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2017년 코펜하겐과 오르후스 지역 등 집값이 많이 오른 곳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신규 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0%가 넘는 가구의 경우 주택가격이 10% 하락했을 때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게 했다. 네덜란드도 주택대출 관련 세제혜택이 많지만 최근 세제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도 주택대출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2010년 LTV 규제를 시작으로 최근 대출상환방식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김지혜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이들 국가가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출규제 및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구원은 “시장 안정을 위한 해외 부동산 정책 사례 참고를 위해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책에 이들 내용 중 일부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고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바람직한 주택정책과 부동산세제 개편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주택 가격 급등의 주 원인으로 ‘가격상승을 기대한 투기수요’를 지목했다. 정 교수는 “부동산 투기현상이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로부터 큰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며 “과도하게 낮은 보유세 및 양도세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보유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을 살펴보면 OECD 15개국 평균이 0.396%인데 비해 한국은 0.167%로 낮다”고 덧붙였다. 또 “종부세 대상자는 전체의 1.4%에 불과하고 종부세 부담도 평균 157만원으로 작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상당한 세후 수익 인정, 1가구 1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 적은 양도세 부담 등이 다주택 투기, 똘똘한 한 채 투기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가격급등 후 규제하는 방식이지만 민간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또다시 찾아내고 그로인해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며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에서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