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22일 서울 대흥동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열린 회계개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22일 서울 대흥동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열린 회계개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회계법인 간 감사품질 경쟁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외부감사 규제만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사품질까지 향상돼야 회계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22일 서울 대흥동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회계개혁 안착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회계법인들이 활발하게 감사품질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내 주요 상장사 임원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감사 현장에서 회계법인의 향상된 감사품질을 체감하고 인정해야 회계개혁이 비로소 완성된다”며 “회계법인 사이에 감사품질 중심의 경쟁이 촉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우선 감사인 지정제 내용을 일부 변경해 회계법인들이 적극적으로 감사품질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감사품질이 양호한 회계법인일수록 감사인 지정군을 상향 조정하거나 지정점수를 추가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연말까지 회계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감사인 지정 방법 개선안을 잠정 결정할 계획이다.

감사인 지정제는 정부가 기업의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을 직접 지정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재무구조가 나쁘거나 최대주주가 자주 교체돼 경영권이 불안정한 기업 등이 지정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서 대상 기업이 확대됐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적으로 선임하고, 이후 3년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지 않는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비상장사도 적용 대상이다. 매년 220곳씩 분산돼 지정된다.

금융위는 이날 새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 개선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개선안의 큰 방향은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우선 감사인 직권 지정 대상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신외감법 내용과 중복되는 기존 외감법의 재무기준 직권 지정 사유를 삭제하고, 신용도가 투자적격등급(BBB- 이상)인 기업은 직권 지정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경우 금융위는 도입 초반엔 계도 위주의 감리를 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부통제 시스템 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주는 조치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내부회계관리는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이다. 현재 자산 5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 2022년부터는 감사 대상이 자산 규모 1000억~5000억원, 2023년엔 1000억원 미만 기업까지 확대된다.

금융위는 표준 감사시간을 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 의결 절차 규정도 구체화했다. 지금까지 ‘과반수 출석, 출석 위원의 절반 이상 찬성’이던 의결 조건이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위원의 절반 이상 찬성’으로 달라진다. 감사위원회 구성 요건은 완화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