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볼턴 회고록에 대한 미국인의 두 시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1월 대선 앞두고
워싱턴에 떨어진 '회고록 폭탄'
"엉뚱 스캔들" "비열한 책장사"
갈등 속 의견 갈리는데
트럼프 재선엔 영향 없을 것
'끝난 대통령' 속단 말아야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워싱턴에 떨어진 '회고록 폭탄'
"엉뚱 스캔들" "비열한 책장사"
갈등 속 의견 갈리는데
트럼프 재선엔 영향 없을 것
'끝난 대통령' 속단 말아야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이 인종시위 등으로 가뜩이나 흔들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모종의 거래(!)를 하려 했다.” “영국의 핵 보유, 핀란드의 역사를 모를 정도로 국제정세에 무지하다.” “충성스런 국무장관으로 알려진 폼페이오한테도 조롱을 당해 백악관 참모들이 비웃는다.” 이 정도면 괴짜 대통령 트럼프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 셈이다. 물론 재선 가도에도 먹구름이 짙게 끼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인의 반응은 ‘엉뚱한 트럼프 스캔들이 또 터졌구나. 재미있네!’ 하는 정도다. 문제는 워싱턴 정가의 반응이다. ‘볼턴의 자서전이 공화당을 단결시키고, 민주당으로부터는 조롱을 받는다.’ 반(反)트럼프 성향인 뉴욕타임스 보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을 “배신자”라고 몰아붙이고, 주(駐)독일 대사를 지낸 트럼프의 심복 리처드 그레넬은 “한몫 챙기려는 비열한 책장사”라고 비판했다.
볼턴 회고록의 불똥은 북핵협상으로까지 튀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평양이 아니라 청와대의 제안”이라는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초강경 매파인 볼턴이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방송에 나가 ‘북핵은 리비아식, 선(先)폐기 후(後)지원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너무 강경하게 설쳐서 회담을 망쳤다”는 것이다. 정작 볼턴 회고록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에게서 나온다. “나는 볼턴 회고록을 사 보지 않겠다. 연초 트럼프에 대한 탄핵 심판을 할 때 의회에 나와서 증언은 안 하고, 이제 와서 책 팔아먹으려고 무슨 폭로를 한다는 말인가.” 민주당으로선 만약 연초에 볼턴이 의회에 나와 “시 주석에게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미국 농산물을 더 사달라고 거래했다”고 증언했더라면 탄핵이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왜 트럼프는 워싱턴의 자기 참모들과 사사건건 그렇게 많이 갈등을 빚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우선 트럼프의 독특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괴팍한 성격에서 찾아야 한다. 또 그는 우수한 인재를 장기간 자기 사람으로 끌어안고 제조업을 해야 하는 GM이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같은 ‘기업가’가 아니다. 좋은 부동산 개발 건수가 있을 때 하청업체를 끌어모아 사업을 하고 완성되면 버리는 비즈니스맨이다. 그에게 인재(人才)란 ‘필요할 때 모으고 일 끝나면 버리고 필요할 때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백악관 참모와 장관을 쉽게 발탁하고 함부로 버린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모두 볼턴처럼 등을 돌리고 트럼프를 떠났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유능한 참모를 멀리하는, 재선 가능성이 낮은 정말 무능한 대통령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진보성향의 CNN 같은 ‘트럼프 혐오 미디어’뿐만 아니라 폭스뉴스 같은 보수성향의 보도까지 골고루 훑어봐야 한다.
“트럼프는 고리타분한 자기만족의 매너리즘에 빠진 워싱턴을 바꾸기 위해 백악관에 들어간 뉴요커(New Yorker)다.” “지금까지 소위 워싱턴 전문가들이 만든 세계화, 자유무역 등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정책들은 진정한 미국인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워싱턴 사람들과 싸우는 ‘참신한 뉴요커’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특히 미시간 등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와 켄터키 같은 ‘농업주(Farming states)’의 조용한 다수 미국인에게 먹힌다. 따라서 아무리 CNN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뉴욕과 캘리포니아 같은 데서 인종차별 시위가 격렬해도 트럼프의 재선엔 별 영향을 못 미칠 것이다.
가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은 지금부터 슬슬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줄서기를 잘 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일부 편향된 반(反)트럼프 성향의 보도만 믿고 섣불리 트럼프가 끝난 대통령이라고 경솔히 속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미국인의 반응은 ‘엉뚱한 트럼프 스캔들이 또 터졌구나. 재미있네!’ 하는 정도다. 문제는 워싱턴 정가의 반응이다. ‘볼턴의 자서전이 공화당을 단결시키고, 민주당으로부터는 조롱을 받는다.’ 반(反)트럼프 성향인 뉴욕타임스 보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을 “배신자”라고 몰아붙이고, 주(駐)독일 대사를 지낸 트럼프의 심복 리처드 그레넬은 “한몫 챙기려는 비열한 책장사”라고 비판했다.
볼턴 회고록의 불똥은 북핵협상으로까지 튀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평양이 아니라 청와대의 제안”이라는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초강경 매파인 볼턴이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방송에 나가 ‘북핵은 리비아식, 선(先)폐기 후(後)지원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너무 강경하게 설쳐서 회담을 망쳤다”는 것이다. 정작 볼턴 회고록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에게서 나온다. “나는 볼턴 회고록을 사 보지 않겠다. 연초 트럼프에 대한 탄핵 심판을 할 때 의회에 나와서 증언은 안 하고, 이제 와서 책 팔아먹으려고 무슨 폭로를 한다는 말인가.” 민주당으로선 만약 연초에 볼턴이 의회에 나와 “시 주석에게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미국 농산물을 더 사달라고 거래했다”고 증언했더라면 탄핵이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왜 트럼프는 워싱턴의 자기 참모들과 사사건건 그렇게 많이 갈등을 빚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우선 트럼프의 독특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괴팍한 성격에서 찾아야 한다. 또 그는 우수한 인재를 장기간 자기 사람으로 끌어안고 제조업을 해야 하는 GM이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같은 ‘기업가’가 아니다. 좋은 부동산 개발 건수가 있을 때 하청업체를 끌어모아 사업을 하고 완성되면 버리는 비즈니스맨이다. 그에게 인재(人才)란 ‘필요할 때 모으고 일 끝나면 버리고 필요할 때 다시 모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백악관 참모와 장관을 쉽게 발탁하고 함부로 버린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모두 볼턴처럼 등을 돌리고 트럼프를 떠났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유능한 참모를 멀리하는, 재선 가능성이 낮은 정말 무능한 대통령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진보성향의 CNN 같은 ‘트럼프 혐오 미디어’뿐만 아니라 폭스뉴스 같은 보수성향의 보도까지 골고루 훑어봐야 한다.
“트럼프는 고리타분한 자기만족의 매너리즘에 빠진 워싱턴을 바꾸기 위해 백악관에 들어간 뉴요커(New Yorker)다.” “지금까지 소위 워싱턴 전문가들이 만든 세계화, 자유무역 등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정책들은 진정한 미국인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워싱턴 사람들과 싸우는 ‘참신한 뉴요커’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특히 미시간 등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와 켄터키 같은 ‘농업주(Farming states)’의 조용한 다수 미국인에게 먹힌다. 따라서 아무리 CNN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뉴욕과 캘리포니아 같은 데서 인종차별 시위가 격렬해도 트럼프의 재선엔 별 영향을 못 미칠 것이다.
가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은 지금부터 슬슬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줄서기를 잘 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일부 편향된 반(反)트럼프 성향의 보도만 믿고 섣불리 트럼프가 끝난 대통령이라고 경솔히 속단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