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여 만에 다시 등장한 확성기 > 북한이 경기 파주 서부전선의 북측 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원 안)를 22일 다시 설치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지 2년여 만이다.  뉴스1
< 2년여 만에 다시 등장한 확성기 > 북한이 경기 파주 서부전선의 북측 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원 안)를 22일 다시 설치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지 2년여 만이다. 뉴스1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까지 북한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며 “이것(비핵화 외교)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 미·북 정상회담을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독재자’에게 정당성만 부여했을 뿐 북한 핵무기 제거를 위한 의미 있는 논의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미·북 정상회담을 “엄청난 사진 촬영 행사”라고 깎아내렸다.

볼턴의 이날 인터뷰는 23일로 예정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출간을 앞두고 이뤄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지난해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보름 전인 2월 1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대 대통령들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성공을 장담했지만 결국 실패한 영상을 보여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 가져갈 핵심 요지를 “나는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나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나는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로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부터 ‘노딜(협상 결렬)’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후 미·북 실무협상은 별 성과가 없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7일 하노이 도착 후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스몰딜’은 제재 약화를 이유로 거부했고, ‘빅딜’은 김정은이 핵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결국 ‘협상장을 걸어 나간다’는 생각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볼턴은 회고록에 적었다.

김정은은 2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부터 28일 정상회담까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2016년 이후 모든 유엔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단 한 가지 방안만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외에 어떤 추가 제안을 더 할 수 있는지, 대북제재 완전 해제 대신 단 1%만의 완화라도 요구하는 건 어떤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거를 포함하는 안은 어떤지를 물었지만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엔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 며칠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는데 “김정은이 하노이에 ‘플랜B’ 없이 단 한 가지 전략만 가지고 갔다는 사실에 그들(한국 측)이 놀랐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분열적인 생각(schizophrenic idea)을 보여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을 거부한 걸 옳다고 보면서 동시에 김정은의 영변 핵시설 폐기 의도가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들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한국 정부가 평가한 데 대해 ‘정신분열증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2018년 4월 2일 백악관에서 정 실장을 만난 상황을 기록하며 “정 실장은 나중에 김정은에게 먼저 그런 초대(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제안)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게 김정은이 아니라 정 실장이라는 것이다.

볼턴은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아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나는 문 대통령이 이런 나쁜 아이디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데 대해 우려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