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건설이 공급하는 '해운대 중동 스위첸'의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KCC건설이 공급하는 '해운대 중동 스위첸'의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통장이 필요없고 전매도 바로 가능한 오피스텔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역별 '풍선효과'에서 상품별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매가 바로 가능한 비규제지역에 짓는 오피스텔은 공급될 때마다 기록을 세우고 있다.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에는 3만명이 넘게 청약하는가 하면, 수도권에서는 계약당일에 포기없이 계약이 완료됐다.

오피스텔은 과거 월세수익을 기대하는 수익형 부동산이었다. 원룸 혹은 투룸으로 불리는 1~2 가구가 살만한 주거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거실과 방 2개 이상을 갖춘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거 등장하면서 소형 아파트를 대체하고 있다. 분양가가 아파트 수준에 가깝지만, 통장이 필요없는 탓에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동시에 몰리고 있다. 갈 곳 잃은 돈들이 아파트를 누르자 이를 대신할 오피스텔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 수익형에서 '주거용'으로 변모한 오피스텔

23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KCC건설 중동 스위첸은 해운대구 중동에 공급하는 ‘해운대 중동 스위첸’에 3만 건이 넘는 청약이 접수됐다. 총 396실 모집에 총 3만6830건이 접수돼 평균 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주택형의 3군에는 1만4019건의 청약이 접수돼 237.61대 1의 최고 경쟁률을 찍었다. 방 3개와 욕실 2개를 갖춘 주택형이다. 드레스룸과 팬트리까지 갖춰 아파트 못지 않은 구조로 설계됐다. 이 주택형의 분양가는 약 6억원이다. 이어 1군(67㎡타입)이 122실 모집에 1만219명의 청약자가, 2군(72㎡A·B·C, 73㎡)은 215실 모집에 1만2592건의 청약자가 각각 몰렸다.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의 전용 84㎡ 평면도. 전면에 방 3개와 거실이 있는 4베이 구조인데다 맞통풍이 가능한 설계가 도입됐다. 현관에는 창고과 안방에 드레스룸까지 아파트와 유사한 설계로 나왔다. (자료 현대건설 홈페이지)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의 전용 84㎡ 평면도. 전면에 방 3개와 거실이 있는 4베이 구조인데다 맞통풍이 가능한 설계가 도입됐다. 현관에는 창고과 안방에 드레스룸까지 아파트와 유사한 설계로 나왔다. (자료 현대건설 홈페이지)
분양 관계자는 "해운대 해변과 중동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주거상품이다"라며 "아파트 못지 않게 고급 커뮤니티와 내부 설계로 청약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일대에 공급한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은 계약날 당일 100% 계약이 완료됐다. 60실의 오피스텔이었는데, 한 명의 포기자 없이 계약을 한 것이다. 앞서 청약에서도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되며 145.0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오피스텔임에도 전용 84㎡로 소형 아파트와 비슷한 형태를 갖췄다. 4베이 판상형 구조인데다 맞통풍이 가능하고 채광이 우수하다. 현관 창고와 안방 드레스룸까지 조성되어 있다. 분양가는 3억7300만원이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 자격 제한이 없어 신혼부부나 청약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주택보유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거나 다주택자 규제를 피할 수 있고 △계약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하며 △매매에 대한 비용부담도 아파트 보다 적다. 오피스텔은 가구나 가전제품이 빌트인으로 시공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실수요자들이 직접 거주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 높아지는 가점에 아파트 청약 대신 오피스텔

여기에 주거용 오피스텔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파트 청약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6·17대책으로 조정대상 및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하면서 해당지역의 청약제도도 강화될 예정이다. 가점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 비율이 늘어나고, 무주택 세대주만이 청약이 가능하게 된다. 가점이 낮거나 주택 당첨 이력이 있는 경우, 새 아파트를 공급받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통장이 필요없으면서도 아파트를 대신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운대 중동 스위첸'에서 아파트같이 거실과 주방 설계가 도입된 전용 72㎡ 내부.
'해운대 중동 스위첸'에서 아파트같이 거실과 주방 설계가 도입된 전용 72㎡ 내부.
실수요자들이 찾는다는 걸 알 수 있는 이유는 전매제한을 받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오피스텔의 인기는 높아서다. 대부분 준공까지 전매제한을 받게 되는데다 분양가가 높은 수준임에도 계약은 조기에 마감됐다. 만 19세 이상이라면 청약통장 없이 신청이 가능하다보니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2030세대들도 신규 단지들을 찾고 있다.

서울의 업무지구인 여의도와 교통망의 중심지인 청량리에서 최근 오피스텔들이 이러한 경우다.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여의도 메리츠금융그룹 자리에 짓는 '힐스테이트 여의도 파인루체'에는 210실 모집에 총 3890건이 접수됐다. 평균경쟁률 18.52대 1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또한 평균 경쟁률 14.14대 1을 기록했고 계약이 빠르게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치솟는 청약가점을 채우기가 힘들어지면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주거상품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규제지역에서는 전매제한을 받고, 취득세 등의 세금이 아파트 보다 높은 점 등은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